▨… “물과 불은 상극이나 솥이 그 사이에 있으면 다섯가지 맛을 조화시킬 수 있다. 골육은 서로 사랑하지만 간사한 도적이 이들을 이간질하면 부자간이라도 서로 위험하다.” 옛 한(漢)의 회남자(淮南子)가 남긴 말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솥의 기능을 성령의 역사로, 간사한 도적의 실체를 사탄으로 대체하면 훨씬 실감날 수 있겠다 싶다. 어떻든 인간이란 존재의 희망적 가능성과 절망적 한계성을 제대로 깨우쳐 주고 있다.

▨… 목불인견. 105년차 총회에서부터 비롯되어져 지난 두 해동안 계속되어진 교단의 혼란상은 문자 그대로 목불인견이었다. 목사들의 공동체에서는 도대체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었고 성결교단이라는 이름에 견주면 너무도 부끄럽고 치사스럽기까지한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은 일인양 빚어졌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낯뜨겁게도 강변했었다. 그 모든 일에 ‘하나님의 뜻’이 있는지도 모르는 것 아니냐고….

▨… 모두가 이제는 지친 탓이었을까. 107년차 총회는 교단 안정을 위해 양보와 타협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대세를 이루어 모든 잘잘못은 덮어버리고 새출발하자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졌다. 두 해동안 겪었던 혼란이 부자간이라도 서로 위험한 존재가 될 수 있는 인간의 사악함의 본성을 깨닫게 해주는 계기로 작용했다고 표현한다면…, 망발일까.

▨… 새출발에는 회개가 반드시 필요하다. 덮어버리기로 했으니 회개는 필요없다고 한다면 그것은 낯가림의 구호에 불과하다. 1992년은 콜럼버스의 카리브 제도 도착 500주년이었다. 레이건 정부는 이를 축하하고 기념하려 하였다. 그러나 미국교회협의회는 침략, 학살, 노예제도, 환경파괴와 토지침탈이야말로 콜럼버스의 진정한 유산이라고 말하며 원주민들에게 속죄를 요청했었다. 미국교회의 회개였다.

▨… “제107년차 총회 첫 주간을 맞는 사흘간 교단을 위해 금식기도하면서 하나님께 회개하고 긍휼을 구하겠다.” 조일래 총회장의 취임 제 일성이다.이 해에는 무엇이 달라져도 달라질 모양이다. 회개가 밑받침된 화합이 이루어진다면 달라짐은 반드시 열매를 맺으 것이다. 그러나 정작 회개해야 할 사람들은 아직도 뒷짐진 채 실실 웃음만 흘리고 있다. “기와집이면 다 사창(社倉)인가”라며…. 그래도 우리는 새 포도주를 새 부대에 담았음을 믿고 싶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