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는 석사학위는 보통이고 박사학위 취득 붐이 일어나고 있다. 석·박사 학위는 있어야 대접받는 세상이 된 듯하다. 학위는 그에 걸맞는 배움과 연구가 선행 되었을 때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박사학위 취득자가 그 만큼 많다는 것은 국가적·사회적으로 지적재산의 확대로 볼 수 있고 개인적으로는 학문 성취로 얻어진 영예이다.
그러나 어느 샌가 박사학위가 학문과 동떨어진 액세서리로 변질되면서 학위 장사꾼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학위 대필자가 양산되고 대학은 절차와 형식만 따졌지 논문의 질적인 문제는 전혀 개의치 않게 되었다. 이렇다 보니 남의 연구물을 훔치는 표절 논문이 성행하게 되었다.
놀랍게도 표절 논문의 중심에는 국내 대형교회의 목사도 포함되어 있었다. 교회는 사회체제를 구성하는 한 요소이므로 사회 환경적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목사가 대형교회의 목사로 초빙되는 것이 일반화 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지금 TV 예능프로에서는 유명목사가 종횡무진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고 있다. 메시지의 의미가 일반 출연자들과는 조금은 다르다는 감을 느끼지만 세속적인 틀을 벗어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목회자의 연예 활동이 믿는 자들에게 주는 시사점은 많다. 오랜 신앙생활을 해 온 신자들은 누구나 여러 목사들로 부터 설교를 듣기 마련이다. 부흥회나 신앙 간증을 통해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가끔 이런 얕은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부흥 전문 목사들은 참 수월하겠다. 했던 설교를 또 다른 곳에 가서 써 먹을 수 있으니까.
목회자의 설교는 듣는 이로 하여금 그때그때 새로운 감명을 받는 것으로 이해될 뿐 기록되는 것이 아니다. 사이버 시대, 누구든 인터넷을 통하여 많은 설교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일반 신자들은 목회자의 설교가 깊은 묵상과 기도 속에서 영감으로 얻어진 결과물로 알고 있다. 평신도인 필자가 목사의 설교에 곁드는 것이 무례란 것을 알지만 목회자가 인터넷에 게시된 타인의 설교에 접하는 것을 금기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설교 표절에 빠지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남이 열심히 연구한 설교물을 모자이크하여 자기 것처럼 만든다면 이는 논문 표절 못지않게 지탄을 받을 일이다. 이런 자료로 비단 같이 부드러운 말을 한들 신자들에게 은혜를 끼칠 수 없다.
세상 사람들은 성직자들이 세속에 물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자기 욕심인지도 모른다. 목회자에게는 종교적 권위가 있어야 한다. 하나님의 종으로서 깊은 인격 속에서 우러나오는 품격이 있어야 한다. 지난 4월 ‘파워스피치 설교 크리닉’ 강좌에서는 수긍할 만한 내용들이 담겼다. ‘설교에 생기를 불어넣어라’를 주제로 한 강좌에서 미래목회포럼 교육원장 박순오 목사(대구 서현교회)가 이런 말을 했다. “설교가 천시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많은 설교가 성경말씀에서 벗어난데 있다.
오늘날 유행하는 설교의 형태는 예화 중심의 독후감식 설교로서 성경 본문의 의도를 살리지 못한 적절하지 못한 방법이다. 설교의 주제와 해석, 적용이 성경 본문의 의도를 떠나지 않고 철저히 성경의 의도를 반영하려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말 공감이 가는 말이다. 웃기는 설교가 명설교인 양 비쳐지는 것은 세속의 산물이다. 세상의 흐름에 따라가는 설교는 더 이상 설교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