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에 계시는 아버지(김헌경 목사)께서 82년 당시,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신학을 한다고 했더니 극구 반대 하셨다. ‘밥벌이로 생각했다면 오산’이라고 하시며 ‘목회는 세 가지를 각오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주님이 걸어가신 십자가의 길인데 ‘가난과 고독과 수치’에 대한 각오 없이는 못가는 길이라고 하셨다. 또 이 길을 걸어 보니 얼마나 외로운지 아느냐 하시며 장로나 집사 같은 평신도로도 하나님을 섬길 수 있다고 하셨다. 그렇게 말씀하신 아버지는 3년 전 뇌출혈로 쓰러져 인천 요양병원에 계시지만 담임목사가 된 지 8년이 지나 돌아보니 아버지의 말씀이 더욱 절실히 다가온다.

목회를 하면서 아브라함이 본토, 친척 아비의 집을 떠났던 말씀을 늘 묵상해왔다. 하나님께서 아브람에게 나타나셔서 “너는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라” 말씀 하셨다. 왜 그리 하셨을까? 묵상 중에 감동을 주신 것은 ‘하나님 없이도 살아 갈 수 있는 곳에서 떠나라’는 것이었다. 세상의 편안함과 안락보다는 힘들고 어려운 길이지만 하나님과 동행할 수 있는 곳으로 떠나라는 응답이었다.

사실, 본토 친척 아비 집은 인간의 보편타당한 생각으로 보면 안전한 곳이요 평안한 곳이요 그곳은 익숙한 곳이다. 그러기에 그 곳에서는 하나님을 경험할 수 없는 곳이요 역사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곳은 세상적이요 정욕적으로 살 수 밖에 없는 곳이다.

애굽에서 약 430년 간 종살이하며 살던 이스라엘 백성을 불과 열흘이면 갈 수 있는 곳, 그것도 육로 길이 있음에도 하나님께서는 굳이 홍해 바다 끝으로 그리고 광야 40년의 생활의 길로 인도하셨다. 애굽의 고난이 짧아서였을까! 그것은 애굽에서 종살이하는 동안에 하나님을 다 잊어버리고 애굽인화 되었기에 그들에게 하나님을 경험하게 하기 위해서 교육의 차원으로 하나님을 경험하고 경외케 하기 위한 하나님의 특별한 섭리요 배려인 것이다.

육신적으로 볼 때 그 길은 사나운 짐승이 있는 곳이요, 농사지을 수 없는 건건한 땅이요 더위와 추위가 있는 곳이었다. 하나님께서는 구름기둥과 불기둥 그리고 만나, 반석에서의 물 등으로 하나님을 경험케 했다.

혹시 어느 순간부터 나의 목회현장이 안전하고 평안하고 익숙한 곳이 되어 더 이상 하나님을 덜 구하고 덜 의지하고 덜 기대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어 다시 무릎으로 주의 얼굴을 구하며 나가야 함을 깨닫게 되었다. 오늘날 목회를 해 보면 토박이는 주님을 영접하는 확률이 이주해 오는 사람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고 있음을 본다. 우리교회가 속해 있는 지역은 도시화 되어가고 있는 지역이다. 우리 교회 성도 중에 이곳이 고향인 사람들은 1%도 안되는 것을 보니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야 하나님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언젠가 누가 국민소득 5만불 시대가 되면 전도가 되지 않고 정체가 된다고 했는데 아마도 경제의 수평이 올라가면 아무래도 안전하고 평안하기에 자연스레 하나님의 도움이 없이도 살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했나보다. 이젠 우리는 마음으로부터 안전하고 평안하고 익숙한 곳에서 하나님을 경험 할 수 있는 곳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곳에서 우리는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하나님을 만난 아브라함처럼 바로의 공주의 아들이라 칭함을 거절하여 호렙산 떨기나무에서 하나님을 만난 모세처럼 광야 40년 동안 광야 길을 걸으며 하나님을 경험했던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실로암 연못에서 눈을 뜨고 주님을 시인하다 출회당하여 예수님을 만났던 소경처럼 우리 모두는 주님을 경험 할 수 있는 곳으로 떠나가야 한다.

소명받아 사명으로 목회하던 나의 삶 속에서도 하나 둘 잡티가 껴 있음을 보게 된다. 언제부터인가 목회 방향도 안전하고 평안하고 익숙한 것으로 채워지고 있다. 오늘도 너 밥먹고 살려고 신학 가려면 아예 그 길을 포기 하라는 아버지가 그립다. 이제 다시 떠나려 한다. 부임 전 120명에서 건축한지 3년 만에 출석 700명이 되어 다시 건축을 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 되었고 고읍택지 종교부지 위에 다시 예배당을 건축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몇몇 장로님께서 이곳에서 목회 하시면 걱정 염려 없이 안전하고 평안하게 갈 수 있다 권면 하셨다. 나의 내면에서도 이곳에 안주 하고 싶은, 아니 사서 또 신경쓰며 고생 안하고 싶은 오늘의 말씀이, 하나님을 경험 할 수 있는 일로 말씀이 나를 사로잡아 간다.
안전하고 평안하고 익숙한 곳을 떠나 하나님을 의지할 수밖에 없는 곳에서 하나님을 경험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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