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원활한 소통 속 정치적 줄서기 우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월 25일 공식취임했다. 실용주의와 경제살리기로 대변되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은 매우 높다. 장로 대통령을 맞이한 한국교회도 이명박 정부를 통해 새로운 시대가 열리기를 소망하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일조해 온 교계의 표정은 매우 밝다. 기독교에 우호적인 정부 정책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교계는 이명박 정부의 출범을 반기면서 교회가 적극적인 정책 제언까지 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2월, ‘이명박 실용정부와 한국교계의 역할’을 주제로 포럼을 가진 한국교회언론회(대표 박봉상 목사)는 새 정부의 성공적인 정책 집행을 위한 파트너로서의 교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제성호 교수(중앙대 법학)는 “교회적 관점에서 볼 때 바람직한 정책 제언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며 “한기총 등 범교단 차원에서 기독교 정신에 부합하는 좋은 정책을 개발하여 정부에 건의하는 기능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지도자들과 대통령이 비공식적인 대화 채널을 가동,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교회의 입장을 전달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한기총 최희범 총무도 ‘경제살리기’와 ‘국민통합’을 새 정부의 2대 국정과제로 보고 ‘국민통합’에 대해 교계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교계에서는 정책 제언 수준을 넘어 정계 진출도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참여정부가 다수의 진보측 성직자들을 등용했던 선례에 비추어 이러한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이다.

그러나 교계 일각에서는 정치권력에 대한 줄서기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 주최로 지난 2월 15일 ‘교회사에 나타난 교회 지도자들이 범한 실수’라는 주제의 발표회에서 김영한 목사, 이만열,  손봉호 교수 등은 한국교회는 정치권력에서 멀어져야 하며 그것이 새 정부와 한국교회 모두 살리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대선에서 기독교계의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를 했다면 그것에 만족하고 새 정부의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하라는 목소리다. 오히려 정부를 비판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는 의견까지 제시됐다. 이것이 교회의 위상과 복음전파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명박 정권과 기독교의 밀착은 국민통합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지난 2004년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면서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고 한 발언은 국민적 비판을 불러온 바 있다. 이에 교계도 이명박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는 위치가 아니라 국민들과의 약속을 성실히 지킬 수 있도록 기도와 성원으로 돕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를 비롯한 진보 진영은 비판적인 입장에서 새 정부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공약으로 내건 ‘대운하 건설’등 일부 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교회협은 최근 대운하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환경재앙을 초래할 대운하 건설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새 정부가 적극 지지하는 ‘한미FTA’의 경우도 끝까지 국회 비준을 막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밖에도 교계 진보 진영은 경제·사회·통일 등 주요정책 분야에서 이명박 정부와 대립 혹은 갈등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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