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21:15~17)

보비는 어릴 적부터 달랐습니다. 밤새도록 오줌을 참다가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우면 컹컹 거립니다. 새벽 3시 입니다. 귀찮아 이불을 덮어쓰고 모른척 합니다. 불과 반시간도 못되어 이웃들이 깰 정도로 깽깽거립니다.

‘저 개00 그냥 싸지…’ 투덜거리며 묶인 줄을 풀면 대문 밖으로 번개처럼 뛰어갑니다. 참 신기합니다. 어미를 떠나 사택으로 온 보비는 첫날부터 대소변을 밖으로 나가봅니다. 집에서 본 적이 없습니다. 아참, 보비는 사택에서 키우는 세퍼트(개)입니다.

대문 앞에서 꼬리를 살랑 살랑 흔들면 교인이 찾아 온 것입니다. 반면 외부인이 찾아오면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고 털을 세우고 으르렁거려 손님이 들어오지 못합니다. 사람들은 “사택 개는 영안이 열려 사람을 알아보는 것 같아…” 했습니다.

아침에 부엌을 나가던 아내가 “목사님!” 하고 급히 불러 나가보니 산토끼 한 마리가 머리에 큰 외상을 입고 반듯이 누워있습니다. 광야의 메추라기를 보는 듯했습니다. 집에서 버스정류장까지 약 2km, 버스에서 하차하면 5분 내에 번개처럼 나타나 쌍수를 들고 뛰어 오르며 ‘좋아라’ 합니다. 사람들은 ‘사택 개는 투시의 은사가 있는가보다’ 했습니다.

보비가 새끼 9마리를 출산했습니다. 2달은 키워야 하는데, 1주 만에 선입금 수십만 원에 분양 완료되었습니다. 저는 ‘하나님 아버지, 상여금으로 연 4번만 출산케 하소서’기도했습니다. 출산 수입으로 교회 내외벽 페인트 공사를 했습니다. 보비가 건축헌금을 제일 많이 한 교인(?)이 되었습니다. 또 다음에 태어날 새끼도 모두 예약되었습니다.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2년 동안 한 번도 외박을 한 적이 없던 보비가 3일이 지나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택 개가 없어졌다는 소리를 들은 동네 아저씨들이 모였습니다. ‘다른 개는 몰라도 사택 개는 찾아야 한다’며 조를 짜 앞산 뒷산을 모조리 수색했습니다. 모든 계곡과 산을 뒤졌습니다. 이웃동네, 면사무소, 파출소에 신고도  마쳤습니다. 매일 보비 꿈을 꿨습니다. 이젠 밥맛도 떨어지고, 잠도 못자고, 전도가는 것도 미루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있던 그날도 낙심속에 버스를 타고 나가다가 주님의 음성을 듣게 되었습니다.

“네가 목사냐? 네 00교회 목사입니다.”
“네가 진짜 목사냐?”, “네, 제47회 총회에서 47번째로 안수받은 목사입니다.”
“그럼 너는 그 보비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 “예?… 무슨 말씀을?”
“너는 그 보비보다 나를 더 사랑해서, 날 위해 밤을 새우고, 무릎까지 눈이 빠지는 계곡이라도 가고, 내가 맡긴 내 양을 위해 대문 소리에도 뛰어나가고, 내 몸된 교회를 위해 밥맛을 잃고 수고하고, 온 산을 수색하듯이 한 영혼을 찾아다니며, 지역 복음화를 위해 밤잠을 지새운 적이 있느냐?” 하셨습니다.

머리는 멍해졌고, 가슴은 뛰기 시작했습니다.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주님 죄송합니다! 주님 사랑합니다! 보비보다 주님을 더 사랑합니다.” 고백하고 또 고백했습니다.

그날로 보비는 내 마음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생각해봅니다. 주님을 사랑해서 목양하는 목사여야지! 주님을 사랑해서 장로 되어야지!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주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권사되고 집사되어야 할 텐데! 주님 사랑해서 총회 임원 되고자 하셔야 할텐데…. 성결가족 여러분, 주님 사랑 없이 잠드는 사람 하나도 없고, 주님 사랑 없이 아침에 눈 뜨는 사람 하나도 없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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