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시마 유끼오(三島 由紀夫), 그리스도인의 눈으로 보면 아무래도 미친 사람의 반열에 세워야 마땅한 사람이지만, 일본인들은 한 시절 그가 쓰는 글에 열광했었다. 그의 글이 인간의 가면성을 거침없이 까발렸기에 부끄러움의 통증으로 아파하면서도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것이다. 자신의 글에 스스로를 묶은 미시마 유끼오는 자신의 주장을 행동으로 보여주기 위해 여러 사람들 앞에서 배를 가르고 자살했다.

▨… 이 미시마 유끼오가 일본인은 도덕감이라는 것에 괴로워하지 않는다고 빈정댄 적이 있다. “일본인은 나쁜 짓을 즐기더라도 외국인들처럼 얼굴에 공허감이나 적막 같은 것은 새겨지지 않는다. 이것은 우리에게는 저 그리스도교의 하나님처럼 엄격하고 티를 내며 질투심이 많고 짖궂은 올드 미스 근성의 신이 없기 때문이며, … 한쪽으론 나쁜 짓을 하면서 다른 한쪽으론 자기를 징계할 신을 그리는 복잡미묘한 심리가 없기 때문이다.”(미시마 유끼오·부도덕 선생)

▨… 그의 하나님 이해는 아무리 빈정대는 글을 쓰기 위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발칙하다. 그러나 일본인에게는 죄의식이 없다는 진단은 왠만해선 내뱉기 어려운 고백이다. 미시마 유끼오보다 먼저인 루스 베네딕트(R.F.Benedict)는 일본인에게는 죄의식이 없으므로 일본문화는 죄의식의 문화영역이 아니라 동양문화의 특성인 부끄러움의 문화영역에 속해 있다고 ‘국화와 칼’에서 밝혔었다.

▨… 우리 한국의 성결인들은 그리스도인이면서 동양문화권에 속해 있다. 죄의식의 문화, 부끄러움의 문화에 함께 속해 있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삶의 자리다. 하나님 앞에서 죄의식 때문에 괴로워하고 아파해야 하며 맹자가 군자의 삼락으로 이미 깨우쳐준 말이지만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고, 땅에 엎드려 거리낌이 없기’를 성결인의 삶의 자리는 요청받고 있는 것이다.

▨… 훗날, 성결교회의 역사는 오늘의 성결교회의 모습을 무엇이라고 기록할까. ‘성령의 바람’이라는 구호를 어느 시대보다 높이 외쳐 ‘사중복음 영성으로 교단중흥 이룩’한 시대라고 평가해줄까. 아닐 것이다. 우리에게 한줌의 죄의식이라도 남아 있다면, 한 움큼의 부끄러움이라도 살아있다면, 우리 시대는 하나님 앞에서 너무나 뻔뻔하고 거짓스러운 시대임을 자인해야 한다. 의인을 열 사람도 구할 수 없었던 소돔과 고모라의 시대처럼….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