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그리스도인들을 그리스도의 병사라고 말씀한다(딤후 2장). 자기 생활에 얽매이지 않고 부르신 분 예수 그리스도를 기쁘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영적 병사인 것이다. 싸움의 대상은 명확하다. 악한 영들이다(엡 6장). 믿지 않는 자들의 눈을 어둡게 하여 그리스도의 영광의 광채가 비취지 못하게 하는 마귀(고후 4장), 할 수만 있으면 택하신 자들도 미혹하게 하는 마귀(마 24장)가 싸움의 대상인 것이다.

병사들의 싸움에 있어서 패배란 커다란 타격을 가져온다. 현실 속에서 패배한 병사들은 부상을 입거나 죽임을 당한다. 나라가 기울게 되고 주권을 잃기도 한다. 그런데 영적 전쟁에서의 패배 역시 그 이상의 피해를 가져온다. 상처 입은 성도들이 많으며 심할 경우 신앙에서 아예 떠난다. 주님을 떠나니 영적 죽음 상태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하나님의 공동체인 교회는 힘을 잃게 되고 해야 할 사역들은 맥이 빠져 버리고 만다. 영적 전쟁의 패배는 실로 심각한 것이다.

그런데 전쟁의 패배보다 더 심각한 것이 있다. 우군들끼리 총부리를 겨누는 내전 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남한과 북한이 서로 싸워 피를 흘리고 나라 전체가 초토화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같은 나라 병사들끼리 목숨 걸고 싸웠으니 그보다 더 끔찍한 일이 어디 있을까? 지금도 아프리카 나라들은 내전을 겪고 있는데 그 비참한 결과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영적인 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성도들은 모두 그리스도의 병사이다. 즉 같은 나라에 속한 병사이다. 그런데 그리스도의 병사들끼리 서로 죽이려고 으르렁댄다면 그 결과는 어찌 되겠는가? 같은 편끼리 전쟁을 벌이는 것을 보면서 마귀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잘하고 있다며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작년에 한국 교계는 크나큰 분열의 고통을 겪었다. 한기총과 한교연으로 교계가 양분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단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신학적인 이유를 말하기도 하지만 내면적으로 들어가 보면 정치적인 세력 다툼이라는 것을 누가 부인할까. 한기총이 잘하고 있었다고는 말을 못하더라도 한국교회 공식 창구 역할이라도 했는데 한기총과 한교연으로 갈라지고 나서는 둘 다 한국 교회의 대표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같은 편끼리 싸움질을 벌이는 행태는 교계만의 일이 아니다. 교단 내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황사단과 반대세력 운운하고, 충청권과 호남권 운운하며 벌이고 있는 싸움은 교단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찢어놓고 있다. 총회장과 총무 등 교권의 핵심에 있는 분들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분열의 소용돌이는 교단 전체를 삼킬 듯이 커다랗게 진행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 교단이 두 조각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길 정도이다.

이제는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를 따지는 것조차 무의미해 보인다. 옳은 것을 주장하느라고 전체가 깨지고 만다면 그것은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싸움일까? 서로 헐뜯고 비방하며 법적으로 소송을 벌이는 현 상황으로 인해 교단 내의 많은 목회자들과 성도들이 큰 상처를 입게 된다면 궁극적으로 이익을 얻는 것은 어느 쪽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마귀 외에는 이익의 당사자가 없는 것 같다.

기드온과 300용사의 이야기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들은 목숨을 걸고 나가서 싸웠다.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대승리를 거두었다. 그런데 바로 그 시점에서 에브라임 사람들이 행패를 부린다. 싸우러 갈 때 왜 부르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전쟁 나팔이 울려 퍼졌을 때 그들이 오지 않은 것이다. 그러다가 기드온과 300용사가 승기를 잡자 뒤늦게 뛰쳐나와서 엄한 사람들에게 성질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그때 기드온과 300용사로서는 할 말이 많다. 그러나 모든 것을 다 양보한다. 기드온이 에브라임 사람들에게 한 말은 논리적으로 누가 잘했느냐를 따지는 말이 아니었다. “내가 이제 행한 일이 너희가 한 것에 비교되겠느냐 에브라임의 끝물 포도가 아비에셀의 맏물 포도보다 낫지 아니하냐 하나님이 미디안의 방백 오렙과 스엡을 너희 손에 넘겨 주셨으니 내가 한 일이 어찌 능히 너희가 한 것에 비교되겠느냐”(삿 8장). 오히려 모든 공을 그들에게 넘기고 있다.

기드온과 300용사의 관심은 자신들에게 돌아올 영광도 이익도 아닌 이스라엘 전체 공동체의 승리였다. 만약 기드온이 에브라임과 싸우느라 에너지를 낭비했다면 미디안의 잔당들은 다 놓치고 말았을 것인데 그런 우를 범하지 않은 것이다. 지금 교단에는 이렇게 큰 생각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 교단 전체의 유익과 하나 됨을 위해 기꺼이 모든 공을 넘겨줄 수 있는 지도자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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