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이 다른 인간을 심판할 수 있느냐는 질문 앞에서 모든 재판관들은 괴로워할 것이다. 판사들에게 직접 질문해본 일이 없어서 너무 추상적인 짐작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만 김홍섭 판사의 경우를 대입해보면 과히 무리한 결론은 아닌 듯 싶다. 그는 늘 말했었다. “내가 8남매의 자식만 다 키우면 성프란치스꼬 수도원의 종지기가 되겠다”라고. 재판이 그에겐 불교적 용어이지만 ‘업(業)’이었던 것이다.

▨… 1960년 12월 경주호 사건이 터졌다. 목포와 제주 사이를 오가던 여객선 납북미수사건이었다. 그 재판을 김홍섭이 맡았다. 3명의 주모자에게 사형을 언도한 김홍섭은, “불행히 세계관이 달라 여러분과 나는 자리를 달리한 것입니다. 하나님의 눈으로 보시면 재판석의 나와 피고인석의 여러분 중 어느 쪽이 죄인일지 알 수 없습니다”라고 죄인인 자신이 형벌을 주는 것을 괴로워 했었다.

▨… 우순태 총무의 당선무효가 1년 반 만에 발표되었다. 그 법적 처리가, 선언이, 하자 없는 법적 처리인지, 총회장의 오기에 찬 선언으로만 그치는 것인지는 교단 내의 ‘법통’(법전문가)들이 밝혀낼 일이지만 그로 인해 빚어지는 교단의 혼란상 앞에서 가장 괴로워하는 이는 누구일까? 총회장일까, 송전총무 아니면 우총무일까, 전권위원일까 아니면 선관위원일까

▨… 아닐 것이다. 그 누구도 아닐 것이다. 그들 중에 누구 하나라도 진심으로 괴로워하는 이가 있다면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믿음이 부족한 애오개자가 감히 김홍섭 판사를 흉내낸다면 가장 괴로워하는 이는 하나님이실 것이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자신의 삶 모두를 바친다는 이들에 의해서 하나님의 이름이 마구 희롱당하는 현실을, 이 사태의 주인공들은 뒤늦었을지라도 바로 보아야 한다.

▨… 교단의 헌법은, 그가 누구이든 성결인이라면 지켜야 한다. 그렇다고 맹목적인 순응주의(conformism)자가 되라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법 지키기는 최후의 심판을 전제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 성결인들은 법이 순전한 힘의 산물이 되지 않고, 인간의 자기주장 속의 정당하고 진실한 요소들이 악마적인 것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리 성결인들 모두는 법을 지켜야 하지만 그 보다 우선하는 것은 나의 판단과 결정을 하나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시느냐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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