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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공약과 정책
[878호] 2012년 11월 28일 (수) 19:03:09 김진복 장로(대광교회 원로) webmaster@kehcnews.co.kr

네거리 큰 도로에 ‘대학 등록금을 반값으로 내리겠다’는 야당의 현수막이 늦가을 바람에 흔들린다. 이것을 보는 시민들, 특히 대학생들은 어떤 생각들을 할까. 정권이 바뀌면 정말 등록금이 반으로 뚝 떨어질까. 반신반의 학생들도 꽤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대다수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하는 말을 액면 그대로 믿지 않는다.

대통령 선거철이라 쏟아지는 달콤한 말들이 무성하고 있다. 당선되면 국민을 위하여 이런 저런 일을 하겠다는 후보자들의 말이 선거 공약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정책으로 포장되기도 한다.

공약(公約)은 공적으로 약속한다는 뜻이다. 국어사전에는 ‘정부, 정당, 입후보자 등이 어떤 일에 대하여 실행할 것을 약속함’ 이라고 적혀 있다. 정책(政策)은 ‘정치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방책’으로 풀이하고 있다. 용어의 의미가 이렇게 달라도 정치인들이 공약이나 정책이란 용어를 마구 사용하니까 국민들은 그 말이 그 말이려니 생각한다.

선거 때만 되면 종횡무진 공약들이 난무한다. 역대 대통령들도 후보자로 유세를 할 때 국민들에게 많은 약속을 했지만 당선된 후는 재임 중에 얼마간의 공약을 실행했을 정도다. 그렇게 보면 공약은 안 지켜져도 법적, 도덕적 책임이 없고 공약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이지도 않는다. 선거 때의 공약은 좋은 미끼일 뿐이다. 포퓰리즘이란 말이 이래서 더 횡행한다.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 후보자는 경제, 민생, 사회복지, 교육환경, 정치행정, 외교안보 면에서 국민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엇비슷한 많은 말들을 하고 있다. 복지 하나를 예로 들면 그 재원을 국민들이 떠 맡아야한다면서 걱정하는 후보자가 있는가 하면 국민들의 질병을 없애 주겠다든가 또는 건보재정을 충분토록 해야 한다는 등 같은 틀 안에서 맴도는 수준의 말을 하고 있다. 재정충당은 얼버무리면서 유토피아적 복지상품만 나열하고 있는 형국이다.

무슨 선거 때든지 보수와 개혁의 논란은 늘 중심에 있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두 후보가 의도적으로 그것을 피하려는 낌새가 농후하다. 진짜 보수파가 유권자들의 눈치를 슬슬 봐 가면서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는가 하면 진보파가 그 색채를 뚜렷이 나타내지 않고 있다. 그래도 국민들은 보수와 진보를 구별해 내는 지혜를 가지고 있다.

하루를 멀다않고 경쟁자들이 공약 또는 정책이란 이름으로 내 놓는 말에 서로 대응하다 보니 이번 선거는 공약과 정책에 풍년이 들었다. 후보자가 혼용하고 있는 공약과 정책은 구별하는 것이 옳다. 공약은 목표라고 볼 수 없지만 정책은 목표와 상접한다. 후보자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을 때 공약 하나하나를 정책으로 실천해 나가게 되는 것이다.

하버드대학교에서 동등한 사회적 백그라운드를 가진 학생들을 대상으로 목표에 대한 사회조사를 실시한 자료에 의하면 평소 뚜렷한 목표를 가진 3%의 학생만이 사회 진출 후 국가 사회를 움직이는 주도적 위치에 있음이 입증되었다. 대선에 나온 후보자들은 사회적· 경제적 측면에서 손색없는 훌륭한 인물들이다. 후보자가 듣기 좋은 말로 국민들에게 근접하는 것은 정치적 생리라 나무랄 바 없다. 그러나 평소 그들이 가진 정치목표와 철학이 문제다. 활동한 영역에서 얼마만큼 신뢰성과 진정성을 쌓아왔느냐 하는 것이다.

대선일이 가까워 오면서 선거정보의 혼란 극심으로 국민들은 판단의 기준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공약은 실천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지만 정책은 민주성, 효율성, 평등성 등에 가치기준을 둬야 하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산출되는 만큼 용어 선택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끝으로 한마디, 후보자의 공약과 정책이 비슷하므로 누가 약속을 잘 지킬 인물인지 잣대를 대봐야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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