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사람은 자신이 침체된 경제, 남북대립, 청년실업 등의 난제에 갇혀 허우적거리는 대한민국을 구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대립각을 세워 왔다.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셋 중에 누가 대통령이 되든 대한민국의 미래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좋은 나라가 될 것 같은 달콤한 희망에 빠져들게 된다. 세 사람은 대통령 후보가 아니라 이 나라의 메시야임을 선언하는 듯한 모양새다.

▨… 안철수가 사퇴했다. 정치공학적 힘겨루기에서 밀렸다고 언론들은 보도하는데 문재인 캠프는 ‘아름다운 양보’라고 하고, 박근혜 캠프는 ‘벼랑 끝에서 밀려 떨어졌다’고 한다. 안철수의 ‘백의종군’이 또 어떤 레토릭(수사)으로 치장될지는 모르지만, 지금까지의 행동 양태로는 세 사람은 결코 오늘의 우리나라를 구원할 구세주가 될 수 없음을 스스로 노정시키고들 있다. 이쯤에서라도 이런 사실이 밝혀지는 것은 차라리 다행 아닌가.

▨… 프롬(E.Fromm)에 의하면 인간의 본성은 이기주의(selfisness)와 자애심(self-love)으로 가득차 있다. 그러하기에 인간은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무수한 사람들을 희생시키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라면 이전투구식의 싸움도 마다않는 후보들의 모습에서 누가 메시야를 상상할 수 있는가. 오히려 저들의 모습은 프로이드(S.Fread)가 말한 나르시스트가 아니겠는가.

▨… 1백회가 넘는 체포와 구금 속에서 폴란드의 자유노조를 이끌어 온 바웬사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정작 지도자인지는 모르겠다. 알고 있는 것은 다만 내가 냄새를 맡고 정황을 느끼며, 민중이 침묵할 때도 그 침묵 속에 담긴 말을 알아들으려 한다는 것뿐이다. 나는 그 침묵의 말을 전하려고 노력해왔다.”

▨… 민중의 침묵의 말, 신음소리를 듣는 귀를 바웬사는 갖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대통령 후보들이 이런 귀를 갖지 못한 채 메시야 신드롬에 젖어 있는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우리의 내일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는 절망감에 빠지게 한다. 우리교단의 지도자들, 또 지도자가 되려고 하는 분들도 제발 나르시스트만은 아니었으면… 우리는 교단 지도자들에게도 결단코 메시야 상을 기대하고 있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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