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내 재혼가정 증가 추세 ··· 목회적 관심과 대안 필요
편견 못이겨 교회 옮기기도 ··· 색안경 벗고 새출발 축하해야

일러스트 = 서재형
이혼이 급증하면서 더불어 재혼가정의 비율 또한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재혼이 24.7%로 나타났다. 최근 전체 4쌍 가운데 1쌍이 재혼인 셈이다. 특히 이중에서도 재혼남성과 재혼여성이 결혼한 비율이 14.7%로 10명 가운데 1~2명은 양쪽 모두 재혼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단순히 개인과 개인의 재결합이 아니라 가족과 가족의 만남이 늘고 있는 것이다.

교회 내의 재혼가정의 숫자도 점차 증가추세다. 당사자들이 쉬쉬하고, 알아도 모르는척 하는 성도들의 배려(?)가 있기에 “우리교회는 아직 재혼가족이 없다”는 교회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우리교회 사정이 어떤지 깊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재혼’을 숨기고 멸시해야 할 현상이 아니라 다양한 가족형태 중 하나로 인식한다면 보이지 않던 가정들의 다양한 형태가 눈에 띌 것이다. 이들은 교회의 관심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명남 집사(가명)부부는 교회에서 ‘잉꼬부부’로 통한다. 사업도 함께 하고, 교회 봉사에 앞장서는 모습도 닮기에 붙여진 별명이다. 물론 부부사이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이들은 올해로 재혼한지 10년이 된 재혼부부다. 하지만 이들이 재혼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집사는 “‘재혼’이라는 생각을 안 하게 된지 오래됐어요. 그렇기도 하고 교회에서 일부러 재혼사실을 알리고 싶지도 않아서 굳이 얘기하고 다니지는 않아요. 아는 사람만 아는 정도죠.”라고 말했다.
자녀들도 잘 키웠고, 함께 사업도 신앙생활도 잘 해나가는 이 집사 부부는 재혼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주변의 반응은 녹록치 않았다.

아내 김민선 권사(가명)는 “우리가 재혼했다는 것을 알고 뒤에서 뒷말하는 사람들을 볼때 교회를 그만 나오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었다”고 토로했다. 부부가 함께 기도로 이겨냈기에 지금껏 신앙생활을 해 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재혼은 본인들은 화목해도 주변의 시선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받는 일이 많다. 더욱이 자녀들의 문제까지 겹친다면 또 한번의 ‘이혼’까지 생각하게 되는 게 현실이다.

김정숙 집사(가명)는 요즘 어렵게 다시 시작한 결혼생활이 힘에 겹다. 2년 전 이혼 후 자신의 딸(9)과 함께 어머니를 모시고 아들(9), 딸(16)과 살고 있는 지금의 남편을 만나 재혼하게 됐다. 결혼 후 처음에는 화목하게 지냈지만 갈수록 남편의 아이들과 김씨의 딸이 자주 다투게 되면서 부부관계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김 집사는 “제 딸과 남편의 아들이 동갑내기이다 보니 시시콜콜 싸움을 해요. 문제는 다른 가족들이 남편 아들만 감싼다는 것"이라며 어려움을 털어놨다. 이러다보니 아이들도 싸우고, 본인도 남편과의 다툼이 끊이지 않는 상태가 됐다는 것이다.

건강가정지원센터 황혜정 팀장은 “초혼의 경우 신혼기 갈등이 많듯이 자녀가 딸린 재혼가정의 경우 적응과정에서 갈등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우선 자녀에게 이혼과 재혼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설득의 시간을 갖고, 초혼가족과는 다르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혼가정의 갈등문제를 비단 해당 가족들에게만 맡기고 나몰라라 해서는 안된다. 여기에 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랑’과 ‘가족’을 강조하는 교회는 이들의 안정과 행복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교회는 ‘신앙’이 자라는 곳이기에 더욱 이들의 가정을 신앙안에서 돌봐야할 책임이 있다.

가정사역자 김신구 목사는 “‘재혼’이라는 벽에 막혀 현실과 교회 사이의 괴리에서 완충역할을 하는 상담이 필요하다. 상담은 공동체와 신앙까지 포괄하는 상담이 지원되어야한다”고 말했다. 가정사역자들은 전교회적인 차원에서도 재혼한 이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지원과 공감대를 형성, 소공동체 등을 중심으로 지원방향을 모색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혼, 재혼한 성도들의 경우 교회법상 제약을 받는 부분이 있지만 신앙생활이 불가능한 것이 아님을 이해시키고, 교회 안에서 신앙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영성적 뒷받침을 지속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든 새 삶을 살기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위한 교회의 관심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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