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말이지만 수행자인 스님들이 입는 옷을 분소의(糞掃衣)라고 한다. 지금은 멀쩡한 새 천을 오려서 기워서들 입지만, 원래는 시신을 쌌던 옷이나 못 입게 되어 버려진 옷들을 주워다가 빨아서 꿰맨 가사가 분소의이다. 그것은 무소유를 실천하고 있음을 상징하는 것이다. 경허(鏡虛)나 만공(滿空) 선사는 그 분소의에 이가 득실거려도 개의치 않고 입고 다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고지우야직, 금지우야사이기의(古之愚也直今之愚也詐已矣). 옛날의 어리석은 자는 어리석어도 그래도 정직했다. 지금의 어리석은 자는 어리석고 또 그 위에 다른 이들과 자기를 속이는 악을 지니고 있다.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멀쩡한 새 천을 오려서 꿰매어 입고 다닌다고 분소의가 될 수 있을까, 곡차(술)와 고기를 남의 눈 개의치 않고 마시고 먹는다고 경허가 될 수 있을까? 오늘의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

▨… 우리교단의 중진 목회자들이 우리교단의 갱신과 변화를 위해서는 ‘목회직과 사역의 본질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성결섬김마당’을 창립했다고 한다. 50명을 넘긴 창립멤버의 면면은 가히 성결교회를 대표하는 목사들이라고해도 과하지 않을 듯 싶다. 한국교회가 손가락질을 당하고 우리교단 상황이 어지러우니 깨우침이 있는 목사들이 합심하기로 한 모양이다. 오랜만에 듣는 희소식이다.

▨… 그 자리에서 주제를 발표한 어느 목사는 한국교회와 우리교단이 앓고 있는 병의 정곡을 찔렀다. “최근 한국교회의 상황은 지금까지 있었던 상황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며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현실 세상에 존재하는 거룩한 제도로 내부적으로는 그리스도인에게 공적인 권위를 갖고 사회에서는 거룩한 종교기관으로서 공적인 영향력을 가지려면 구조가 건강해야 한다.”

▨… 반갑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라는 생각이 들면 조금 허전하다. 소돔과 고모라는 의인 열 사람이 없어 멸망했는데 50여명이라니 하나님의 진노는 피할 수 있겠다 자위해도 좋은지 묻고 싶다. 제발 멀쩡한 새 천 오려 분소의 입은 체하지 말고 논어의 어리석은 자보다 더 어리석다는 평일랑 듣지 않기를 당부한다면 주제넘은 짓일까. 하 많은 날들에 모처럼 갖는 기대라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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