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라크와 전쟁을 시작한지가 벌써 6년이나 되었고 지금도 그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나는 지난 2005년 10월부터 그 이듬해 10월까지 이라크 바그다드 서쪽의 미군부대에서 군목으로 활동을 하면서 지난 46년 인생 전체에서 배운 것보다 더 소중한 것들을 배웠다.

한국전쟁이 끝난 후 태어난 나로서는 부모님을 통해서 전쟁은 비극이라는 말을 수없이 들으면서 자라났지만 직접 전쟁의 한복판에서 군용트럭에 몸을 실을 때마다 ‘오늘 병사들과 함께 작전을 나가면 내가 과연 살아 돌아올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현실이었다.

부대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내가 속했던 부대는 수색부대였기 때문에 군목이라 할지라도 때때로 병사들과 함께 적진에 가야만 했었다. 그 적들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적들이 아무도 모르게 설치해 놓은 폭발물 속에서 병사들은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1년 동안 작전을 하고 다시 본국으로 복귀할 때 우리 연대만 30명의 소중한 병사들을 잃었다. 거의 이틀이 멀다하고 이어지는 전사한 병사들의 추모식, 그리고 죽지는 않았지만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병사들을 찾아가서 기도하고 격려해 주는 일, 상처 받은 병사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등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특히 한 명의 병사는 내 평생에 결코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있다. 일찍 결혼했지만 그만 부인의 부정으로 쓰라린 이혼의 아픔을 일찍 겪었던 그형제는 나에게 다시 결혼할 사람이 생겼다면서 예비결혼교실을 해 달라고 진지하게 부탁해와 함께 말씀을 나누기도 했다. 또한 우연히 그 친구와 나는 이라크에서부터 미국 본토로 위로휴가를 받고 장장 근 6천마일이나 되는 거리를 함께 여행을 했다.

그는 위로 휴가 중에 결혼식을 올렸고 신혼여행을 본인의 고향인 필리핀에서 두 주간동안 즐기고 돌아왔다. 이전에도 항상 웃는 형제였지만 결혼을 한 후에는 더 없이 행복해 보이는 형제를 볼 때마다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과 앞날에 대한 희망이 있다는 것이 우리 삶에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느끼곤 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형제가 작전에서 한순간에 이생을 달리 했다는 비보를 들으면서 정말 한동안 마음이 무척이나 아팠다.

벌써 3000명이 훨씬 넘는 소중한 병사들이 이 세상을 떠나갔고 수천 여명이 부상을 당했고 그 전쟁 경험 후유증으로 아픔을 겪는 수많은 병사들을 상담하고 위로하면서 도대체 이 전쟁이 언제까지 갈 것인가라는 생각 속에서 부대를 하와이로 옮겼다. 이것이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라면 나는 오늘도 주님을 의지하면서 또 다시 전장의 한복판으로 나아갈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