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대책 ‘한국교회 트렌드’ 세미나
“예배-공동체 등 본질적 사역
명확히 정해 집중하면 부흥
전교회적 돌봄교육 큰 흐름”
기아대책(회장 최창남)이 주최한 ‘한국교회 트렌드 2026 목회자·제직자 세미나’가 지난 11월 14일 바울교회(신현모 목사)에서 열려 한국교회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미래 사역 방향을 모색했다.
이날 지용근 목회데이터연구소장은 최신 통계를 토대로 한국교회 상황을 설명하고 “이제는 ‘무엇을 많이 하느냐’가 아니라 ‘어디에 집중하느냐’가 교회 생존을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 소장은 새신자 정착과 관련해 소그룹 참여의 중요성을 먼저 언급했다. 그는 “소그룹에 참여한 새신자들은 정착률이 훨씬 높았을 뿐만 아니라 새신자 예배 운영과 소속감 형성 시스템이 정착률 향상뿐 아니라 헌금 증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하고 “새로운 시대의 전도는 소그룹 밖에 있는 성도를 소그룹 안으로 초대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헌금과 관련해서는 전반적인 감소 추세로 나타난 가운데 지 소장은 교회 재정 우선순위를 두고 목회자와 성도 사이의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목회자들은 교회 운영·시설 유지비를 우선해야 한다고 보지만, 성도들은 사역 프로그램과 대사회적 섬김에 더 많은 예산이 쓰이길 원한다”며 “예산 집행을 둘러싼 목회자·장로·재정부뿐 아니라 성도 전체와의 충분한 소통과 합의가 신뢰를 지키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지 소장이 가장 강조한 키워드는 ‘심플 처치(Simple Church)’였다. 그는 “지금과 같은 축소 사회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역을 하느냐’보다 ‘우리 교회가 정말 잘할 수 있는 한두 가지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예배와 말씀, 소그룹과 공동체, 다음 세대와 지역 섬김 등 교회마다 ‘본질적 사역’을 명확히 정하고, 나머지 활동은 과감히 줄이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흥하는 교회들을 조사해 보니 공통적으로 예배와 소그룹에 집중하고 있었다”며 “목회자의 비전과 철학이 분명할수록 성도들의 마음도 한 방향으로 모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수영 교수(평택대)는 한국교회 돌봄 실태 조사 결과를 토대로 ‘돌봄공동체’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한국사회 전반에서 외로움과 고립, 가족 돌봄 기능 약화, 병원·요양시설 중심의 임종 문화가 겹쳐 돌봄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국민 정신건강의 위기 속에서 교회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또한 그는 돌봄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제는 ‘무엇을 얼마나 주느냐’보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관계 형성의 행위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조사에서도 “교회에서 돌봄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38% 수준에 그쳤고, 돌봄을 받지 못했다는 응답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어 △평신도·소그룹 리더·임직자를 아우르는 전 교회적 돌봄 교육(케어링 과정) △‘오늘의 돌봄 메시지’ 등 디지털 채널을 통한 일상적 돌봄 상기 △교회 안에 돌봄 회복 기도실·공동 기도벽을 조성해 언제든 위로와 연결을 경험하게 하는 공간 마련 등을 구체적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밖에도 박재범 기아대책 미션파트너십 부문장은 ‘함께하는 교회 실행전략’을 주제로 발제하며 선교적 교회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교회 성도 중 약 30%가 ‘가나안 성도’로 추정되지만, 이들 중 56%가 “언젠가 교회로 돌아가고 싶다”고 응답했다며 이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교회는 ‘지역을 섬기는 교회’, ‘진정한 돌봄 공동체’라고 소개했다.
한편, 신현모 목사(바울교회)는 환영사에서 “AI 시대를 비롯해 사회 변화가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빠르게 진행되는 지금, 교회가 새로운 흐름을 읽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이번 모임이 한국교회의 방향성을 찾는 데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