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다 보면 ‘다른 길(altera via)’을 걸어간 사람들에게 깊은 도전을 받곤 한다. 각자의 경험은 다르겠지만, 대개 문학 작품 속 주인공들의 행동을 통해 세상과 사물을 다시 보며 이해하는 희열을 얻는다.

A.J. 크로닌의 『천국의 열쇠』에서 ‘중국 벽지에서 35년간 묵묵히 헌신한 프란시스 치점’과 ‘교황청의 고위 성직자 자리까지 올라 권력을 손에 넣은 안셀모 밀리’가 그러한 인물의 전형이다. 

두 사람이 걸어간 전혀 ‘다른 길’의 궤적을 따라가보면, 누가 하나님의 집에 진정 도달할 수 있었을지 깊이 성찰하게 된다. 이처럼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간 이들의 이야기는 신앙인의 여정에 새 지평을 열어준다. 이유는 분명하다. 주님께서도 ‘다른 길’을 걸어가셨기 때문이다.

신약성경을 보면 이러한 길을 제시하는 사례들이 종종 등장하며, 우리에게 믿음의 용기를 북돋아 준다.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을 기록한 누가는 다른 복음서 저자들과 확연히 ‘다른 길’을 걸었다. 그는 예수님의 생애와 가르침에서 교회 사역에 이르기까지를 ‘하나의 통일된 서사’(敍事, 내러티브)로  서술했다.

이는 신약성경에서 독보적인 시도이며, 그의 서문(눅 1:1~4)에 목적이 잘 나타나 있다. 누가는 로마제국 기사 계층 이상에게만 붙은 호칭인 ‘각하’를 사용하며, 이 글의 목적이 단순한 후원을 넘어 데오빌로에게 믿음에 관한 ‘확신’(아스팔레이아)을 주기 위함임을 밝힌다. 

또한 이미 많은 증인이 시도한 이야기들과 자신의 작업을 구분하며, “모든 일을 근원부터 자세히 미루어 살핀 나도 데오빌로 각하에게 차례대로 써 보내는 것이 좋은 줄 알았다”라고 선언한다. 

누가가 사용한 ‘자세히’와 ‘차례대로’라는 표현은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이 단순한 연대기적 기록에 머물지 않고 하나님의 구원이 질서 있게 성취되는 역사 서술이자 복음의 증언임을 명확히 한다. 

누가의 독특한 글쓰기는 예수님의 사역을 이끄신 성령께서 오순절 이후 교회를 탄생시키고 복음을 이방 세계로 확장해 가시는 구원사의 과정을 보여주는 ‘성령이 주도하는 행적’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치밀한 전개 덕분에 우리는 베드로와 요한, 스데반과 빌립의 사역, 나아가 바울과 바나바의 ‘이방인 선교’가 예수님의 사역과 ‘성령 안에서 하나로 계승되는 구원과 증언의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결국 누가는 복음이 선포되는 자리에서 유대인과 이방인, 남성과 여성, 가난한 자와 부자가 하나 되는 극적인 역사를 확인시킨다. 이처럼 특별한 문학적 자질을 지닌 누가와 복음을 확실히 이해하기를 갈망한 데오빌로를 하나님은 당신의 일에 동역하게 하셨다. 

그 결과 우리는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이라는 선물을 통해 하나님의 은총을 깨닫게 된다.

누가가 ‘예수님의 이야기’와 ‘교회의 이야기’를 하나로 연결하는 ‘다른 길’을 선택했기에, 오늘 우리는 우리의 삶이 그 이야기의 연장선 위에 있음을 신뢰하며 다르게 걸어갈 용기를 얻을 수 있다. 

‘다른 길’은 이처럼 뜻밖에 새로운 빛을 비추는 등불과 같아 하나님의 위대한 사역에 참여하는 영광을 가져다준다. 

그리스도인은 이렇듯 ‘다른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다. 그 길은 묵묵한 섬김과 순종으로 구원의 역사를 이어가는 길이다. 그 길은 고독하고 진척이 더딜 수 있지만, 결국 하나님의 집으로 향하는 가장 반듯한 길임이 분명하다.

우리가 그 길을 함께 걸어갈 때 교회는 세상을 밝히는 환한 등대처럼, 이 땅에 복음을 널리 전하는 소중한 그릇으로 더욱 귀하게 사용될 것이다. 이제 우리가 그 길에 동참할 채비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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