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71호 한국성결신문 애오개는 “같은 고향의 한 교회에서 자라나 신학대학을 거쳐 평생 목회의 길을 걸어온 선후배 목사들 몇이 모처럼 부부동반으로 모여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는 누가 들어도 훈훈한 이야기를 소개하였다. 향기로운 꽃내음은 천리를 간다는 말이 왜 회자되는가를, 인간의 이야기가 어떻게 향기로울 수 있는가를 굳이 풀어 설명하지 않아도 동의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 1950, 1960년대의 이땅의 가난은 겪어본 사람들도 쉽게 입에 담아지지 않는 혹독한 것이었다. 서울신학은 입학조건으로 시험점수 이외에 ‘가난한 자에게 복이 있나니 합격은 너희 것이요’라는 말씀을 합격 조건 조항 행간에 감추어 두었었을까, 대부분의 서울신학대학 신입생들에게서는 가난의 냄새가 무슨 깃발처럼 휘날렸었다. 한 달 내내 점심은 건너뛰는 금식을 강행하면서 신학서적을 구입했던 전설의 주인공들의 이력은 오늘의 성결교회를 이끄는 기반이 되었다.
▨… 오늘의 서울신학대학원은 신학의 길을 선택해 선발된 학생(금년 38명)에게 등록금 전액의 장학금을 지급한다. 식권이 없어 하는 금식기도는 오늘의 신학생에게는 ‘전설들의 낭만’ 쯤으로나 받아들여질까. 저들의 스승인 전설들은 이제 한국성결교회사에 그 이름을 남길 뿐이다. 그러나 식권과 바꾼 신학 원서를 붙들고 씨름하던 믿음이 오늘의 성결교회를 이끄는 힘의 기반이 되고 있음을 성결인이라면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 신학에의 길을 우리 성결인들은, 무엇보다 소명이 우선하는 길로 받아들였다. 그 소명 우선을 이어령의 죽음 이해에 대비시키면 소명 이해의 혈로가 뚫릴까. “뭐라고 이름 붙이든 죽음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종교가 있습니다.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것, 제왕도 부자도 건강한 사람도 절대 피할 수 없는 게 있는데 그게 죽음입니다. (…) 죽음을 통해 우리는 사랑을 배우고 죽음을 통해 생명을 배우고 죽음을 통해 하나님의 공평을 알게 된다는 겁니다.” (『이어령의 말』)
▨…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신학의 길에 들어선 사람들은 죽음을 통해 비로소 자신의 등에 지워진 십자가의 무게가 가늠되어진다고 한다. 이 십자가의 무게가 가늠되지 않는 신학교육이라면 빛나는 전통이 흐려지기 전에 재검되어야 한다. 성공적인 신학교육의 향기는 꽃내음의 천리를 가고도 남음이 있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