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 해 돌보던 동양란이 가을꽃을 피워 은은한 향이 거실에 가득하다. 설원(說苑)에는 향기로운 꽃내음은 천 리를 가고 사람의 어진 베풂은 만 년 동안을 훈훈하게 한다(花香千里行 人德萬年薰) 라는 말이, 논어에는 덕이 있으면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하는 이가 있다(德不孤 必有隣) 라는 말이 있다던가.
▨… 같은 고향의 한 교회에서 자라나 신학대학을 거쳐 평생 목회의 길을 걸어온 선 후배 목사들 몇이 모처럼 부부 동반으로 모였다. 현역으로 사역하는 이, 은퇴한 이, 사는 곳, 나이, 건강, 주름살, 머리 색깔도 모두 다르지만, 이야깃거리가 끝이 없고 즐거운 대화가 그치지 않는 이유는 오직 하나, 복음을 듣고 구원을 얻어 믿음이 자라나던 곳, 소명을 깨닫고 사명의 길을 찾은 그 교회에 대한 추억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 덕을 쌓는다는 말이 있듯이 인간의 도리에서 벗어나지 않는 겸양이 다른 이에게 혜택을 주고 좋은 영향을 미치면 “덕분입니다”라는 인사를 받게 된다. 바울 사도께서는 “지식은 교만하게 하며 사랑은 덕을 세운다.”라고 하였는데(고전 8:1) 건축에 비유한다면 사랑이라는 재료로 덕이라는 구조로 집을 짓는다는 뜻이다. 오늘날 우리가 인간관계, 교회공동체, 교회와 사회 등 모든 구조물에 사랑이라는 가장 좋은 재료를 가지고 멋지고 쓸모있는 집을 짓지 못함은 덕을 세우지 못하는 까닭이 아닐까.
▨… 그날의 만남은 참으로 훈훈하였다. 훈(薰)이란 한자는 약이 되는 풀(⾋)을 불(熏)에 태우거나 지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는 적절한 온도의 열을 가해 거기에서 발산되는 약 기운을 쐬어 병을 치료하는 훈증 요법이나 요리에 쓰는 말이다. 훈훈(薰薰)하다는 표현은 수치로 표현하는 절대온도의 개념보다 심리적 안정감과 좋은 느낌을 뜻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 옛사람의 가르침은 좋은 향기가 천 리를 가는 것은 물리적 거리이지만, 한 사람의 올곧은 삶은 바라보는 이의 가슴을 따듯하게 하고 그가 베푸는 은덕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그 시대와 후대를 치료하는 능력이 있음을 말하는 것일 터. 이 가을, 우리 한국성결신문 가족 모두가 평안으로 훈훈해지는 사랑의 만남, 추억을 공유하는 만남을 계획해 보는 것은 어떨까. 예수 믿는 기쁨이, 즐거움이 모두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만남은 불가능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