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70돌 ‘미라클 700’ 결산
해외 12개국 등 787명 참여
 아이부터 80대 어르신까지
“평범한 일에도 복음 담긴다”

‘31팀의 기적’ 백서 만들고
장기선교 이어지게 청사진

 

신촌교회(박노훈 목사)가 창립 70주년을 맞아 전 성도가 함께한 ‘미라클700’을 마치고, 그 모든 과정을 기록한 『선교 백서』를 펴냈다.

나이와 경험을 뛰어넘어 800명 가까이가 단기선교사로 세워진 전례 없는 사건을, 준비와 시행착오, 성과와 배움까지 빠짐없이 담아낸 기록이다. 고령과 여성이 주축이 된 이 도전은 “누구나 선교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고, 백서는 그 기적의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출간됐다.

787명 파송, 교회 DNA 새기다
“70년 믿음의 유산을 이제는 선교로 열매 맺읍시다.” 
박노훈 목사의 선포와 함께 신촌교회는 올해 1월 창립 70주년을 맞아 ‘미라클700’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밖에서 보기엔 기념행사로 비칠 수 있었지만, 실상은 모든 성도를 선교사로 세우려는 거대한 도전의 출발이었다. 미라클700은 ‘단기선교사 700명 파송’이라는 목표를 이루는 프로젝트다. 신촌교회는 해마다 청년들과 의료선교팀, 젊은부부팀, 소년소녀합창단 등 350명 안팎을 단기선교사로 파송해 왔다. 하지만 올해는 그 수를 두 배로 늘려 700명을 세우겠다고 ‘미라클700’을 선포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미라클700’ 파송예배, 신촌교회가 올여름 새로운 복음의 역사를 열었다.
‘미라클700’ 파송예배, 신촌교회가 올여름 새로운 복음의 역사를 열었다.

올여름 총 27개 팀이 파송됐고, 참가 인원은 787명이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수적 확대가 아니다. ‘미라클700’은 교회 정체성을 다시 쓰는 선언이었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선교’, 교회가 내건 비전은 분명했다. 이를 위해 선교 경험이 없는 성도들, 체력에 자신 없는 고령자들까지 모두가 선교할 수 있게 문턱을 낮췄다. 그러자 처음 여권을 꺼내든 장년과 어린이, 선교는 자신과 무관하다 여기던 노인과 여성들이 줄지어 선교지원자로 이름을 올렸다. 787명의 단기선교사, 창립 70주년의 상징적 숫자가 교회의 새로운 DNA로 심겨진 순간이었다. 아직 사역은 끝난 것이 아니다. 겨울방학 기간에 4개 팀이 더 파송될 예정이라, 최종적으로는 31개 팀이 ‘미라클700’의 이름으로 세워진다.

미라클700위원장 정용우 장로는 “단기선교의 대상자 중에는 고령의 여성들과 선교 경험이 없는 분들이라 불가능해 보였으나, 성도들의 헌신을 통해 하나님께서 길을 열어 주셔서, 교회의 체질이 새롭게 변화되는 놀라운 기적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7팀은 인도네시아 유치원 외벽을 정성껏 새롭게 칠했다.
7팀은 인도네시아 유치원 외벽을 정성껏 새롭게 칠했다.

 

5팀, 80대 권사도 캄보디아에서 열정을 다해 섬겼다.
5팀, 80대 권사도 캄보디아에서 열정을 다해 섬겼다.

장년과 노년까지 용기내어  참여
미라클700을 준비하며 신촌교회도 적지 않은 고민이 있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재정과 동원의 문제였다. 교회는 매년 청년과 교회학교, 의료선교팀 중심으로 350명가량 단기선교사를 파송했지만, 장년과 노년 성도들의 참여는 일부에 불과했다.

“선교사를 보내는 역할만 해온 장년성도들을 선교사로 참여케 하고, 이런 대규모 단기선교의 선교비를 감당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 이어졌다. 신촌교회는 먼저 단기선교사를 세우는 데 집중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내가 할 일이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는 이들을 어떻게 선교의 자리로 이끌 수 있을지 고민하다, 신촌교회는 이 문제를 교육으로 풀었다.

교회에서 선교학교를 열어 6주간의 교육을 통해 성도들에게 “누구나 선교사로 쓰임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줬다. 결과는 놀라웠다. 결국 머뭇거리던 장년과 노년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해, 단기선교사 787명이라는 전례 없는 규모가 가능해진 것이다.

21팀 청년들이 인도에서 어린이들을 사랑과 정성으로 섬겼다.
21팀 청년들이 인도에서 어린이들을 사랑과 정성으로 섬겼다.

자비량 원칙과 9개월 준비의 기적
더 큰 부담은 재정 문제였다. 신촌교회는 이 고민을 정면으로 풀었다. 선교 참가자들이 자비량으로 항공료와 체재비를 감당하기로 원칙을 세웠다. 평소 국내외 여행에 쓰던 경비를 선교에 사용한다면 큰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성도들에게 확신시켰다. 실제로 선교팀 전원이 자비량으로 항공료와 체재비, 선교비까지 감당했고, 설문조사에서도 대부분이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이었다”고 답했다. 오히려 “다시 기회가 오면 동참하겠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신촌교회가 이처럼 가장 어려웠던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한 것은 로드맵을 세워 체계적으로 준비했기 때문이다. 2024년 말 준비위원회가 출범했고, 1월 비전 선포, 3월 박람회, 5월 바자회, 4~8월 선교학교, 7월 파송예배, 7~8월 선교 파송, 9월 보고예배와 백서 발간으로 이어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교회 전체가 주체로 참여하는 9개월의 여정이었다. 재정의 원칙과 로드맵의 구조는 선교를 교회의 여러 사역 중 하나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교회의 본질로 끌어올렸다. 

미라클700 실무를 담당한 박현일 목사는 “이번 미라클700은 일회성 축제가 아니라, 선교적 교회로 변하는 과정이었다”고 그 의미를 분명히 했다.

13팀은 베트남에서 의료·미용 사역으로 아픈 이들을 위로했다.
13팀은 베트남에서 의료·미용 사역으로 아픈 이들을 위로했다.

국내외 13개국서 펼쳐진 맞춤형 사역
7월부터 8월까지 신촌교회는 일본·몽골·대만·캄보디아·태국·인도네시아·베트남·네팔·라오스·케냐·인도·탄자니아 등 해외 선교뿐 아니라 홍천·상주·이천·당진 등 국내 지역까지 전방위적인 사역을 진행했다.

해외 선교지에서는 어린이 성경학교와 노방전도, 한국음식 나누기, 교회 대청소, 이미용 봉사, 밥퍼 사역 등 선교지별로 다양했다. 현장은 그 자체로 “보내신 이가 하나님이심을” 증언하는 무대가 되었다. 언어와 문화의 장벽, 무더위와 열악한 환경이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모든 팀은 철저히 준비된 사역 프로그램을 수행하며 각지에서 복음을 전했다.

국내 사역도 활발했다. 홍천에서는 어린이 캠프와 노방전도,  상주에서는 교회 보수와 농촌 봉사, 마을잔치가 열렸다. 이천과 당진에서는 청년들이 지역의 작은 교회들을 위해 연합 여름성경학교를 열어주는 등 선교지에 꼭 필요한 사역을 맞춤으로 준비해 실행했다.

3팀은 대만에서 김장과 식사 대접, 노방전도로 사랑을 전했다.
3팀은 대만에서 김장과 식사 대접, 노방전도로 사랑을 전했다.

처음 선교, 간증이 꽃피다
이번 사역은 참가자들의 간증에서 가장 빛났다.
일본팀 임혜경 권사는 김치를 담그고 손편지를 전하는 작은 섬김을 통해 “평범한 일에도 복음을 담을 수 있다는 걸 배웠다”고 증언했다. 인도네시아팀 이은숙 권사는 쓰레기산 밥퍼 사역 후 “은혜는 나만 누리라고 주신 것이 아니라, 나누라고 주신 것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베트남팀 손효영 집사는 “평생 처음으로 복음을 전했다. 내 삶에서 가장 값진 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또 베트남 8팀의 B 집사는 출발 직전 암 진단을 받았음에도 자녀들을 선교지에 보내며 “아픔을 넘어선 믿음의 순종”을 보여주었다.

31팀 어린이들이 대만에서 중국어로 복음을 기쁘게 전했다.
31팀 어린이들이 대만에서 중국어로 복음을 기쁘게 전했다.

대만 어린이팀(31팀)의 사역은 백서가 기록한 가장 놀라운 장면이었다. 교회학교 초등학생들이 현지 언어로 사영리를 외워 100여 가정을 찾아가며 복음을 전했다. 그 결과 46명에게 복음을 제시할 수 있었고, 그중 6명은 아이들의 인도로 영접기도를 드린 뒤 실제로 주일예배에 출석하는 열매까지 맺어졌다. 이는 단순한 체험 프로그램이 아니라, 다음세대가 언어와 나이를 넘어 실제 전도의 주체로 우뚝 섰음을 보여준 역사적 사건이었다.

이런 간증들은 숫자 700보다 더 큰 울림을 남겼다. ‘나도 할 수 있다’는 믿음, ‘하나님께서 누구라도 사용하신다’는 증언이었다.

 

 “다시 참여하겠다” 무려 94%
 백서는 참가자 설문조사를 통해 ‘미라클700’의 성과를 수치로 확인했다. 장년부 참가자 382명 가운데 266명이 응답해 69.6%라는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응답자의 60% 이상이 생애 처음으로 단기선교에 참여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족도는 높았고, 대부분 “다시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가장 은혜로웠던 순간으로는 하나님의 임재를 꼽은 응답이 24.8%로 가장 많았다. 이어 팀워크(18.8%)와 현지 교회와의 교제(9.8%)가 뒤를 이었다. 이는 이번 선교가 개인의 체험에 그치지 않고, 공동체와 현지를 하나로 묶어낸 자리였음을 보여준다.

반대로 힘들었던 점을 묻는 질문에는 “없다”는 응답이 19.2%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기후·환경 적응(18.4%), 체력 문제(8.6%)가 뒤를 이었다. 무더위와 낯선 환경은 분명 부담이었지만, 그럼에도 많은 성도들이 어려움보다 은혜가 더 컸다고 답한 것이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뚜렷했다. 더 철저한 준비와 안내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21.8%로 가장 많았고, 숙박·이동 인프라 개선(17.7%), 통역 지원 강화(14.7%)가 뒤를 이었다. “처음 참여하다 보니 준비가 막막했다”는 고백과 “현지에서 통역이 원활하지 않아 아쉬움이 있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교회는 이 피드백을 반영해 선교학교를 필수화할 계획이다.
설문 결과는 한 가지 사실을 분명히 일깨웠다. 선교는 소수의 몫이 아니라 누구나 감당할 수 있는 사명이라는 점이다. 초심자도 만족했고, 고령자도 다시 가겠다고 답했다. 나이와 경험, 배경을 넘어 성도들이 한마음으로 선교를 감당할 수 있다는 증거가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촌교회는 다음 10년의 선교를 설계해 나갈 예정이다.

20팀 청년들이 케냐에서 어린이들에게 복음의 소망을 심어주었다.
20팀 청년들이 케냐에서 어린이들에게 복음의 소망을 심어주었다.

현지 선교지의 뜨거운 피드백
선교지에서 날아온 반응은 뜨거웠다. 현지 교회와 선교사들은 신촌교회가 보낸 단기선교팀을 “기적 같은 방문”이라며 반겼다. 특히 고령 성도와 여성들이 주축이 된 점에 놀라움을 표했다. 한 선교사는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들이 김치를 담그고, 찬양을 인도하며, 아이들과 놀아주는 모습이 그 자체로 감동이었다”고 말했다.

피드백에는 아쉬움도 있었다. “한 번으로 끝내지 말고 관계를 이어 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또 단기 방문만으로는 현지 사역의 깊이가 제한적이기에, 지속성과 세대 확장이 과제로 떠올랐다.

신촌교회는 이 목소리에 응답했다. 교회는 향후 비전을 세 갈래로 제시했다.

내년까지 단기적으로는 장년 단기선교를 정례화하며, 청년·장년이 함께하는 통합 팀을 운영한다. 또 문화·음식·의료·교육 등 전문인 사역을 다변화해 현지 필요에 맞춘 선교를 추진한다.

향후 4년 안에는 해외 거점을 확보하고, 국내 외국인 사역을 강화한다. 매년 반복 방문으로 관계를 이어가며, 선교를 단발 이벤트가 아닌 교회 정체성으로 뿌리내릴 중기 계획도 세웠다. 

더 장기적으로 10년 비전도 세웠다. 장기 선교사 파송, 교회 개척, 학교 건립 등 거점 기반 선교를 준비한다. 단기선교 경험이 장기 선교사의 토양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