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을 쓰는 나쁜 사람

글솜씨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악한 이념에 사로잡혀 있다면
나쁜 세상-나쁜 교회 만들 것

오늘 소개하는 일반 서적은 유시민 작가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이고, 신앙 서적은 최종원 교수의 『거꾸로 읽는 교회사』입니다. 일반 서적입니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유시민 작가가 1988년 한국 민주화운동의 중심에서 쓴 책으로 2021년 전면 개정 출판되었습니다.

저자는 전통적인 역사책의 흐름인 ‘거시적인 전쟁 정복사’를 따라 읽지 않고 있습니다. ‘미시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로 읽어 내려갔습니다. 세계 역사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제국주의, 전체주의, 민족주의의 ‘승자의 관점’에서 쓰지 않고, 그것들에 대항하는 ‘투쟁의 역사’를 기록했습니다. 

11개의 주제는 20세기의 개막을 알리는 ‘드레퓌스 사건’을 시작으로, 자유방임 시장경제의 파산 ‘대공항’, 모든 악의 연대 ‘히틀러’, 눈을 마르지 않는 참극의 땅 ‘팔레스타인’, 검은 프로메테우스 ‘맬컴 엑스’, 20세기의 폐막 ‘독일 통일과 소련 해체’ 등으로 꾸려져 있습니다. 

역사를 거꾸로 읽었을 뿐인데, 과거의 역사가 새롭게 다가올 뿐만 아니라 21세기 지금 여기서 일어나는 세계의 현장이 왜 일어나게 되었는가가 해석됩니다. 특별히 6장 ‘히틀러/모든 악의 연대’에서 소개되는 히틀러를 읽어갈 때는 한국의 정치적 상황이 겹쳤습니다.  

“히틀러에게는 여러 얼굴이 있었다. 인정받지 못한 화가, 몸을 사리지 않은 전투원, 청중에게 집단 최면을 건 선동가, 합법적으로 집권한 정치인, 무한 권력을 장악한 독재자, 전쟁광, 살인마. 그는 혼자 악을 저지르지 않았다. 인종주의, 군국주의, 제국주의, 반유대주의, 가부장주의 등 ‘모든 낡고 악한 이념의 연대’가 그에게 무한 권력을 안겨줬다.” (P.184-185).

신앙 서적입니다. 최종원 교수의 책 『거꾸로 읽는 교회사』는 유시민 작가의 역사해석 관점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서문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저자는 교리와 신학 형성 중심의 전통적 교회사의 틀을 깨뜨리고, 교회가 실제 역사 속에서 사회와 어떻게 관계를 맺어 왔고, 사회 속에서 어떻게 존재하고 반응했었는가를 주저 없이 써 내려갔습니다.

저자는 1부 낯설게 보기, 2부 지성과 반지성, 3부 사회의 거울 속 교회의 자리, 4부 모색과 돌파구에서 표면적 전통 교회사에 감추어져 있던 이면적 교회의 부끄러운 행적들을 들추어내었는데, 목사로서 불편함과 당혹감을 넘어 부끄러움이 밀려왔습니다. 

“교회 중심의 교회사, 공의회와 주교 중심의 제도사, 보통 사람들 중심의 민중사를 넘어, 사회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교회의 모습이 여기 드러난다… (중략) …승자 중심의 익숙한 역사 서술을 넘어, 역사의 패배자들의 잊힌 목소리를 다시 듣게 한다.” (P. 1).

지난주 목요일(9월 4일) ‘책삶 오프라인 꿀팁 콘퍼런스’를 8분의 강사들을 모시고 가졌습니다. 주제는 ‘나의 책읽기, 나의 글쓰기’였습니다. 모든 강사의 꿀팁을 들으면서 많은 깨달음과 도전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지형은 목사의 첫 마디가 잊히지 않습니다.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더라도, 나쁜 사람일 수 있다!” 

작지 않은 충격이 밀려왔습니다. ‘어떻게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 나쁜 사람일 수가 있을까’ 그런데 거꾸로 읽는 세계사와 거꾸로 읽는 교회사를 읽어가면서 지형은 목사의 강조점이 무엇인지 이해돼 갔습니다. 

아무리 좋은 글솜씨로 세계사와 교회사를 써 내려간다고 할지라도 저자의 사상과 이념 곧 제국주의, 전체주의 생각이 가득한 ‘나쁜 사람’이 써 내려간다면 결국 나쁜 세상과 나쁜 교회를 생산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오늘부터 책을 좀 ‘거꾸로’ 읽어가는 습관을 길러가야겠습니다. ‘좋은 책’을 찾기보다는 ‘좋은 사람’을 찾아서 선별하여 책을 읽어나가야겠습니다. 그래서 나도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목사가 되고 싶습니다. 
‘모든 악의 연대’의 히틀러의 길이 아니라. ‘주변인, 나그네, 이방인으로서의 교회’의 본회퍼를 따라가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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