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주년, 본질 지키며 미래 준비하자
교단 창립 120주년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 9월 8일 신길교회에서 열린 120주년기념사업위원회 연석회의는 단순한 상견례 이상의 의미가 있다. 교단 지도자 40여 명이 모여 앞으로 2년간의 준비 방향을 논의한 이 자리는 사실상 교단의 향후 20년, 30년, 더 나아가 그 이후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교단 120주년은 단순한 기념행사가 아니다. 성결교회의 정체성을 다시 확인하고, 시대를 바라보며 미래의 비전을 준비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위원장 이기용 목사가 밝힌 바와 같이, 교단의 기대와 열망이 긍정적인 변화로 나타날 수 있도록 지혜와 힘을 모으는 일이 절실하다.
특히 헌법 및 제규정 전면개정TF가 동시에 가동되면서 목회자 정년, 이중직, 이혼, 재산권 분쟁, AI 등 오늘의 교단이 직면한 현실적 과제들을 다루기 시작한 것은 120주년 준비가 행사 준비를 넘어 제도와 미래 구상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준비 과정은 2007년 교단 창립 100주년 사업의 정신을 이어가면서도 새로운 시대에 맞는 변화가 필요하다. 당시에는 성결원 건축, 100주년 기념대회, 3000교회·100만 성도 운동 등 눈에 보이는 사업이 중심이 되었지만, 그것은 그 시대의 요구와 상황 속에서 나름의 성과를 거둔 소중한 시도였다. 그 정신과 방향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계승되어야 한다.
다만 오늘날 우리 앞에 놓인 과제는 교세 정체와 다음세대 이탈, 사회 가치관의 급변, 디지털 전환과 같은 훨씬 복합적이고 근본적인 도전들이다. 이제는 외형적 사업보다 교단이 어디로 가야 할지를 묻고, 그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동시에 본질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성결교회의 출발은 ‘복음 전도’였다. 1907년 종로 소금골 골목에서 북과 장구로 시작된 노방전도, 그리고 철저한 회개운동은 성결교회의 정체성이자 경쟁력이었다.
120주년을 맞아 우리가 회복해야 할 것도 바로 이 본질이다. 회개와 성결의 영성이 살아날 때, 다음세대와 작은 교회를 살리는 전도운동, 사회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성결운동도 다시 힘을 얻게 될 것이다. 특히 다음세대의 신앙 회복은 교단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 과제이며, 이들의 참여와 공감 없이는 어떤 비전도 지속될 수 없다.
시대를 준비하는 지혜도 반드시 필요하다. 교단의 헌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일은 본질을 지키기 위한 기반이다. 목회자의 은퇴 제도, 부교역자 수급, 교단 신학의 정립, 인공지능과 같은 새로운 이슈에 대한 신학적·제도적 해석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교단의 지속 가능성은 흔들릴 수 있다. 그러므로 120주년 준비는 ‘본질은 지키되, 그릇은 새롭게’라는 자세로 진행되어야 한다.
120주년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역사적 기회다.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이룰 때 이번 기념은 진정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과거처럼 행사에만 치중한다면 시대의 흐름을 놓칠 수 있다.
이제 남은 시간은 길지 않다. 준비위원회와 TF는 속도감 있게 논의를 이어가되 충분한 공론화와 참여를 통해 교단 전체의 합의와 비전을 모아야 한다. 공청회와 토론, 다음세대의 목소리를 담는 과정 속에서 교단의 미래는 더욱 단단히 세워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