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 없는 목회, 목민 없는 교회

담임목사는 신앙은 물론 인격도 본이 돼야하고
묵상-성찰로 주님 앞에 서는 시간이 목회 토대
목회자의 인격은 교회의 미래 달린 핵심 덕목

이유진 목사
                                                         이유진 목사

“군자의 학문은 수신(修身)이 절반이고, 나머지 절반은 목민(牧民)”이라고 다산 정약용은 말했다. 『목민심서』에 담긴 이 사상은 지금도 깊은 울림을 준다. 자신을 먼저 닦고, 그 힘으로 백성을 섬겨야 한다는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목회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목회의 절반은 교회를 섬기고 성도를 돌보는 일에 있고, 나머지 절반은 목회자 자신의 수신에 있다. 다산은 자기 수양만으로 머무는 학문을 참된 학문이라 하지 않았다. 그러나 반대로 자기 성찰을 소홀히 한 채 남을 이끄는 일에만 몰두하는 것도 바른 길이 아니라 했다.

오늘날 많은 목회자들이 교회의 부흥과 사역의 확장에 큰 열정을 기울이고 있다. 주일마다 은혜로운 설교를 준비하고, 다양한 행사와 훈련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사회봉사와 선교에도 앞장선다.

그러나 그와 함께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인격적 성숙이다. 목회자의 내면이 다듬어지고, 삶이 성경적 가치로 채워질 때 설교와 가르침은 단순한 언어를 넘어선 힘을 발휘한다. 교회의 여러 문제들도 목회자의 성품을 통해 자연스러운 해결의 길을 찾을 수 있다.

담임목사는 부교역자들에게도 신앙과 인격의 본이 되어야 한다. 담임목사의 말과 행동, 목회적 태도는 곧바로 동역자들의 삶과 사역에 깊은 흔적을 남긴다. 만일 담임목사의 인격이 충분히 성숙하지 못하다면, 부교역자들은 예상치 못한 상처와 혼란을 경험하게 된다. 한 사람의 인격에서 흘러나오는 진실한 태도와 성실한 삶은 책이나 강의로 대신할 수 없는 살아 있는 가르침이다. 교회 안에서 함께 사역하는 동역자들에게 담임목사의 성품은 무엇보다도 큰 영향을 준다.

성도들은 목회자의 설교만 듣는 것이 아니라, 목회자의 삶을 보고 배우며 신앙의 길을 걷는다. 그래서 목회자의 인격적 성숙은 공동체 전체의 영적 건강과 직결된다. 

오늘날 교회 안팎으로 목회자에게 요구되는 전문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상담, 행정, 재정, 리더십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식을 익히고 기술을 훈련받아야 한다. 많은 목회자들이 세미나와 강의, 연수를 통해 이런 역량을 발전시키려는 열정을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 더해 꼭 필요한 것은 인격적·영적 수양이다.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로 자신을 다듬는 시간, 성찰을 통해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고 주님 앞에 서는 시간이야말로 목회의 토대를 든든히 세운다. 인격과 신앙을 가꾸는 일이야말로 목회를 지탱하는 근본이며, 목회자의 학문이자 사명이다.

다산이 강조했듯, 수신 없는 치인治人은 있을 수 없다. 자신을 닦지 못하는 지도자는 남을 바르게 이끌 수 없다. 목회자 자신이 먼저 바른 길을 걸을 때, 교회의 사역도 온전히 바로 설 수 있다. 목회의 성공은 숫자의 많고 적음에 있지 않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목회자의 인격 안에 복음의 진리가 얼마나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결국 목사의 학문은 성경 지식을 쌓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성경의 진리를 자신의 인격 속에 새기고, 삶으로 증거하는 데 있다. 그것이 교회를 건강하게 하고, 세상 속에서 한국 교회가 더욱 신뢰받는 길이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직면한 수많은 도전 앞에서, 목회자의 인격은 단순한 개인의 덕목이 아니라 교회 전체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이다. 수신과 목민이 균형을 이룰 때 교회는 더욱 깊고 넓은 사역의 길을 걸어갈 수 있다. 목회자의 인격적 성숙과 내적 수양 위에 세워지는 목회야말로 교회를 살리고 사회를 섬기는 참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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