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편은 걸으려고 애를 썼어요. 일어났다간 맥없이 주저앉아버리곤 했어요. 그러다 걸을 수 없게 된 걸 깨달았을 때 그렇게 펑펑 울더라구요. 그 머리가 좋던 남편이 기억이 깜박깜박하기 시작했어요. 남편은 치매가 온다고 생각하고 또 펑펑 울었죠. 남편은 두 발로 서서 인간으로 살고 싶다고 했어요.”(남편 이어령 ‘눈물 한방울’과 함께 남긴 말‧Cafe 아름다운 농원) 글 쓰는데 방해될까 항암치료도 거부한 이어령은 자신에게 남아있는 마지막 말은 무엇인가를 확인하기 위해 몸부림치던 모습을 아내인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이 밝혔다.
▨… “네 생각이 난다. 해일처럼 밀려 온다. 그 높은 파도가 잔잔해질 때까지 나는 운다.” 사람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이어령의 글에 매료되었던 사람들은 그를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으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딸 이민아 목사는 자신의 삶이 “외로웠다고, 혼자인 것 같았다고, 아버지에게 사랑을 받지 못한 것 같았다”고 밝혔다. 이쯤이면 대한민국 최고지성의 딸 사랑은 여느 치매환자나 다를 바 없었다고 말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 일본에서였다고 한다. 의사들이 사망자들을 해부해본 결과를 공개했다. 그런데 그 발표에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70대 초반까지는 치매에 걸리거나 환자가 된 사람이 10%도 채 안되는데 85세가 넘으면 알츠하이머성 치매 증상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도 이 범주를 깨뜨릴 수는 없었던 것일까. 항암치료는 거부했지만 뇌를 파고드는 치매는 피해가지 못해서 펑펑 울기만 했다는 것이다.
▨… 우리교단 목회자들의 평균수명이 몇세인지는 과문이어서 알지 못하지만 어느 분이 치매로 고생하고 있다는 소식은 보안조치가 뛰어나서인지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교단내 유명 목사님들의 치매 와병 소식은 ‘꺼진 불’처럼 소리없이 번진다. 마치 목사는 다른 병은 괜찮지만 치매만은 안되므로 감춰야 한다는 듯이. 그 이유가 무엇 때문일까? 그 답은 다 밝혀진 비밀일까?
▨… 대한민국 최고지성도 펑펑 울게한 치매의 난치성을 인정하더라도 치매 앞에서 성결인 목사의 목사다움을 지켜줄 길은 없는가를 교단 지도자들께 묻고 싶다. 평신도 전문가들이 두손 걷어부치는 결단으로 안성우 총회장의 ‘더 없이 좋은’ 방안이 열매 맺도록 힘쏟는다면 성결원의 새출발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