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3일 긴급좌담회…이한용·김정태·남기업 등 교회 노동현실 성찰
개혁연대 “과로사 없는 교회, 오륜교회가 시작하라” 공개제안도
‘다니엘 기도회’를 비롯해 오륜교회 방송 사역을 감당하던 방송실 직원이 과로사로 세상을 떠난 비극이 발생했다. 근로복지공단이 이를 산업재해로 인정함에 따라, 교회 내 과도한 노동 관행과 관리 부실에 대한 근본적인 재발 방지책 마련이 촉구되고 있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지난 8월 13일 서울 서대문구 공간이제에서 ‘오륜교회 직원 과로사 사태를 통해 본 한국교회 내 노동현실’을 주제로 긴급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이한용 대표(교방닷컴)는 24년 동안 교회 방송실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나누며 한국교회 안에서 노동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국교회방송기술인연합회’ 초대 회장으로도 활동했던 이 대표는 “교회는 성장기의 한국 경제나 기업들의 인식에서 크게 변하지 않는 것 같다. 교회의 교역자들과 직원들은 전쟁터로 내몰려서 거대한 영적 전쟁을 치러야 하는 전사가 되었다”며 “전투 중에 퇴근하는 장교가 없고, 식량배급이 조금 늦어졌다고 항의하는 병사가 없다. 오륜교회의 다니엘기도회 시즌은 아마도 이러한 전쟁 같은 상황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교회는 국가와 사회보다 더 상위의 높은 가치와 정의가 지배하는 곳이어야 한다”며 “(교회도) 국가와 사회가 정한 최소한의 기준은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태 목사(사랑누리교회)는 가족 중에 40대에 과로사했던 개인적인 아픔을 나누며 최근 오륜교회 직원 과로사 사태는 특정 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가 회개하며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목사는 “오륜교회를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대형교회 중에서도 비교적 건강한 교회라는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면서도 “최근 직원 과로사 사건은 정말로 충격이었다. 예수님의 생명을 전하려는 프로그램인 다니엘기도회 내부에서는 죽음을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대통령까지 나서서 직원의 죽음이 반복되는 기업을 대상으로 면허 취소까지 거론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실 직원의 과로사를 대하는 오륜교회의 태도에도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함께 은혜 받고 예배하던 형제자매를, 천국에 가서 다시 만나야 할 피보다 진한 하나님의 자녀를 교회가 어떻게 저리 대할 수 있을까 싶다”며 “은혜로운 간증 뒤에 죽음의 노동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무감각하게 프로그램을 소비한다면, 출애굽의 하나님, 우리를 위해 죽으신 예수님을 거절하는 행위”라고 일갈했다.
쿠팡 배송일을 하다가 과로사한 고 정슬기 씨의 산업재해 인정을 위한 ‘쿠팡 택배노동자 고 정슬기님 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으로 활동했던 남기업 소장(토지+자유연구소)은 “슬기는 제가 1997년 수원성교회 중등부 교사로 섬길 때 중3 학생이었다”며 고 정슬기 씨와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발제의 시작을 알렸다.
남 소장은 “대책위 일이 일정한 성과를 보기 어려운데 ‘정슬기 대책위’는 정말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며 “쿠팡의 실제적 변화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유족에 대한 사과와 합의, 청문회 개최, 구체적인 개선안 등을 이뤄낸 건 엄청난 사건”이라고 말했다.
대책위 활동을 통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는 마태복음 5장 16절 말씀처럼 교회의 가능성과 현장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는 남 소장은 “구체적인 이웃의 고통에 함께해야 생각이 열리고 의식이 생성되며 불의를 발견하고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서 기도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고 강조했다.
남 소장은 “교회는 단순히 교인들의 모임이 아니라 구약의 이스라엘을 대신해서 이 땅에 하나님 나라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세계를 구원해야 할 사명이 있는 기관, 하나님이 세우신 가장 귀한 기관이 교회”라며 “교회는 세상에 하나님 나라의 질서를 만들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제도적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교회가 교회의 본질을 잃어버렸다. 정체성의 상실이자 위기로 오륜교회와 같은 사태는 현장이자 결과”라고 말했다.
한편, 개혁연대는 같은 날 ‘과로사 없는 교회, 오륜교회가 시작하십시오!’라는 공개제안을 통해 “오랜 시간 사명감 하나로 버텨온 방송실 및 교회 직원들이 더 이상 노동·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서는 안 된다”며 “교회 차원의 인원 확충과 합리적 근무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로로 세상을 떠난 노동자를 기리는 펀드’를 조성해 교회 노동자의 안전과 복지 증진을 위한 실질적인 변화를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