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직후 점검 ‘디브리핑’ 필수
며칠 뒤 은혜-시행착오 나눠야
다음 사역 성패 결정하는 핵심
교회사역에 적용계획 세우고
선교현지와 지속적 소통해야
사고-질병 땐 완벽히 마무리를
단기선교의 절정은 현장이 아니라 귀국 후다. 몇 달의 준비와 며칠의 사역이 끝났을 때, 진짜 선교는 그다음 발걸음에서 시작된다. 사역을 어떻게 정리하고, 관계를 어떻게 이어가며, 배움을 어떻게 교회에 녹여내느냐가 선교의 완성도를 결정한다.
여름 단기선교는 수개월 전부터 준비된다. 선교지 문화와 언어를 익히고, 기도하며, 프로그램 리허설을 거친다. 팀원들은 철저한 준비 끝에 현장에 선다. 무더위 속에서도 예배하고, 전도하고, 봉사한다. 복음이 전해지는 순간 모든 땀방울이 보람으로 변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선교가 끝난 것은 아니다.
첫째, 귀국 직후에는 디브리핑(debriefing, 사역 후 점검·평가 회의)과 평가가 필수다.
사역을 마친 후 며칠 내 팀 전원이 모여 현장에서 경험한 은혜와 시행착오를 나눈다. 목표와 실제 성과를 비교하며 강점과 한계를 기록한다. 개인 면담으로 신앙과 정서의 변화를 점검하고, 필요 시 재교육이나 상담으로 연결한다. 현지 파트너와의 공동평가도 중요하다.
KWMA가 발간한 『21세기형 단기선교 표준지침』은 “사후 평가와 기록은 다음 선교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이라고 명시한다. 한 교회는 귀국 직후 모인 회의에서 현지의 건의사항을 반영해 다음 해 사역 방향을 조정했고, 이는 현지 교회의 만족도를 크게 높였다.
둘째, 선교지에서 배운 것을 교회 사역에 재적용해야 한다. 귀국 한 달 안에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운다. 현지에서 검증된 어린이 프로그램을 교회학교 특강으로 변형하거나 전도 방식을 지역사역에 맞게 조정한다. 분기별·연중 프로그램으로 고정하면 열매가 이어진다.
셋째, 현지와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한다. 귀국 2주 안에 감사 인사와 사역 보고, 재정 내역을 현지 교회와 후원자에게 전한다. 3개월 안에는 온라인 회의를 열어 현지의 필요와 향후 협력 방안을 재합의하는 것도 필요하다. 재방문, 온라인 교육, 자료 지원, 현지 주도 사업 등 다양한 형태가 가능하다. 짧은 만남이라도 신뢰를 쌓아가면, 이후 장기 선교나 사역 연계의 길이 열린다.
넷째, 안전과 위기관리다. 현장에서 사고나 질병이 있었다면 귀국 후 즉시 보고하고 기록하며 보험·의료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심리적 소진을 겪은 팀원은 상담과 회복 프로그램을 받도록 지원도 해야한다. 2025년 외교부와 KWMA, 한국위기관리재단이 공동 개최한 ‘해외 단기봉사팀 위기관리 포럼’에서도 귀국 후 사후 점검과 위기 대응 매뉴얼 보완을 필수로 권고했다. 안전 점검은 다음 해 팀의 사전 준비 수준을 한층 높여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보고와 기록 아카이브를 남겨야 한다. 귀국 4주 안에 교회 보고예배를 열어 목표, 수행, 성과, 한계, 개선안을 성도들과 나누는게 중요하다. 보고서는 동일한 형식으로 축적해 연도별 비교가 가능하도록 하고, 사진·영상 자료는 초상권과 저작권 동의를 확보해 보관하는게 좋다.
민감 지역이나 미성년자 자료는 비식별화해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 최근에는 많은 교회와 선교단체가 보고 자료를 디지털로 전환해 클라우드에 보관하며, 지도, 사역 동영상, 재정 보고까지 한 번에 열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기록 관리는 차기 선교팀의 준비뿐 아니라 후원자와 교회의 신뢰를 높이는 데 필수적이다.
단기선교는 준비와 현장의 헌신만큼이나 돌아온 뒤의 발걸음이 중요하다. 디브리핑, 재적용, 관계 유지, 안전 점검, 기록 관리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 있게 마무리할 때 단기선교는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사역으로 이어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