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로가 공자에게 물었다. 만일 정치를 한다면 무엇부터 시작하겠습니까. 공자는 제자에게 대답했다. “반드시 이름을 바로잡아야 한다(必也正名乎). 정치란 바로 잡는 것이다(政者 正也).” 다시 정치를 묻는 제자에게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우며, 아비는 아비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君君 臣臣 父父 子子)”라는 대답을 하였는데.

▨… 정치, 윤리, 과학 등에서 사물과 개념의 실상에 대응하는 이름을 바르게 하지 못하면 위선이 가득하고 혼돈하며 사악한 세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고대 중국에서는 소학(小學)에서 수신(修身)과 글쓰기(書記), 체육(跳舞) 등의 전인교육을, 대학(大學)의 교육은 정심성의(正心誠意)·수기치인(修己治人)·격물치지(格物致知)와 6예(六藝) 등 어질고 뛰어난 정치인(賢人)을 양성하기 위한 교양교육의 과정이었다. 교양이 고급과정이라고?

▨… “겨우 그것입니까?”라고 반문하는 제자에게 “명(名)을 바로 세우지 않으면 말(言)이 서지 않고, 말이 서지 않는다면 모든 일이 이루어지지 않고, 모든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예(禮) 나 악(樂)도 일어나지 않으며, 예악이 일어나지 않으면 모든 형벌이 통하지 않으며, 형벌이 통하지 않으면 백성들이 손발을 둘 곳이 없다”하고 말했다. 그래, 교양이다.

▨… 공자의 정명론(正名論)은 기독교 신앙의 원리, 그리고 신론(Theology), 인간론, 구원론, 교회론, 종말론을 포함하는 신학의 역할과 다를까 하고 질문한다면 고리타분하다고 할까, 불경스럽다고 할까. 신학대학을 포함하여 현대의 대학이 전공 분야의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는 과정에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교양 필수 과목을 두고 있는 까닭은 그들이 사회에 나가 말하는것과 일하는 것(名)을 바르게(正) 하려는 까닭이 아닐까.

▨… 우리 교단은 「예배와 예식서」(2004.5)를 발간하여 예수 그리스도를 중보로 하여 하나님과 예배자의 교제 또는 만남을 ‘예배’로, 사람을 대상으로 임직, 교회설립, 추모, 혼인, 장례 등은 ‘예식’으로 정의하였다. 「올바른 교회 언어 예문 집」(2004.6)을 통해 성가대는 찬양대, 수석(首席)을 선임(先任), 증경(曾經)을 전(前), 제직(諸職)을 직원(職員), 교회창립은 지교회 설립(設立), 유인물(油印物)을 인쇄물(印刷物)로 쓰기를 권고하였다. 그때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교단 지도자들의 언어와 역할에 얼마나 명(名)이 바로 잡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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