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아닌 ‘책임’ 사역으로 인식
비상연락망-보험-법적 대응법
대피 루트 등 반드시 확인해야
일부선 위기관리담당자 동행도

여름이면 많은 교회에서 해외 단기선교를 떠난다. 복음을 전하고, 의료·교육·구호 활동을 펼치며 현지 교회를 섬기는 이 사역은 참여자들에게 깊은 영적 감동과 헌신을 요구한다. 

그러나 단기선교의 은혜만큼이나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위기관리’와 ‘안전대응’이다.

짧은 일정, 낯선 현장,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자, 예측 불가능한 국제 정세 등단기선교는 구조적으로 위기를 내포하고 있다. 정치적 불안, 감염병 확산, 자연재해, 문화적 충돌, 치안 문제 등은 현실적인 변수이며, 언어 장벽과 기후·음식 적응, 종교적 민감성 역시 현장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실제 위험 요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선교팀이 안전 매뉴얼 없이 떠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위기관리재단 조동업 대표는 “선교지는 여행지가 아니다. 위기 대응 훈련 없이 떠나는 단기선교는 스스로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난 4월 22일 외교부와 위기관리재단이 공동 주최한 ‘해외 단기봉사팀 위기관리 포럼’에서도 이 같은 인식의 전환이 강하게 제기됐다.

세미나에서는 실제 단기선교 중 발생한 부상·실종·체포 등의 사례가 공유되었고, 참가자들은 위기 대응의 전문성과 체계적 준비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특히 ‘사전 교육의 구체화’와 ‘현장 정보의 최신화’가 강조됐다. 외교부는 각 국의 여행경보 시스템을 상시 업데이트하고 있으며, 참가자들은 출국 전 반드시 해당 국가의 위험 등급, 현지 의료 인프라, 대피 루트 등을 숙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위기관리재단 측은 △비상 연락망 구축 △2차 리더 지정 △문화 민감성 훈련 △보험 및 법적 대응 매뉴얼 확보 △현지 교회와의 사전 협의 등을 필수 준비 사항으로 제시했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단기선교팀의 부주의와 무지로 인해 복음의 문이 닫히는 일이 발생했다. 참가자의 언행 하나가 현지인에게 오해를 주거나, 의료·교육 봉사가 불법으로 간주되어 당국의 제재를 받는 경우도 있다. 한 교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될 수 있다. 은혜롭고 열정적인 사역이 무너지는 순간은 언제나 ‘준비되지 않은 위기’로부터 시작된다.

무엇보다 단기선교는 이제 ‘체험’의 장이 아니라, ‘책임’의 사역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사명은 철저한 준비와 훈련을 통해 완성되며, 안전은 사역의 열매를 보호하는 기초다. 열정을 가진 자가 아니라, 준비된 자가 떠나야 한다. 선교팀은 반드시 출국 전 ‘위기 대응 훈련’을 받고, 위기 발생 시 역할을 분담하며, 책임 있는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

한국위기관리재단은 ‘안전한 선교 7계명’을 제시하며, 교단 및 개교회의 매뉴얼 구축을 독려하고 있다. 이는 곧 위기상황에서도 생명을 보호하고, 사역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일부 교회는 자체적으로 위기관리 담당자를 지정하고, 훈련된 의료인 또는 응급대응 전문가를 단기선교팀에 포함시키는 등 실질적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은혜로운 선교는 안전한 선교에서 시작된다.” 이 단순하지만 본질적인 진리를 다시 붙잡아야 할 시점이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순종은 지혜롭고 준비된 헌신으로 응답할 때 더 큰 열매를 맺는다.

지금은 단기선교를 ‘떠나는 일’보다, ‘준비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진 시대다. 짧지만 깊은 사역을 감당하기 위해, 교회는 단기선교를 더 이상 부속행사가 아닌 ‘총체적 선교 시스템’의 일부로 인식하고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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