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따라 변하는 ‘청빙공고’
과거엔 교회 소개가 주요내용
직분자 수-교세 알려주기도
요즘은 지원 자격에 주안점
시무교회 주보 요구하기도
담임목사 청빙은 단순한 인사 절차가 아니라 교회 공동체가 하나님 앞에서 기도하고 분별하며 사역자를 모시는 영적인 여정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청빙 과정이 채용 시장처럼 변모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본 기사는 지난 30여 년간 청빙 공고의 변화를 되짚으며, 그 흐름 속에서 우리가 회복해야 할 ‘청빙의 본질’이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목사님 모십니다”
본지에 처음 게재된 청빙광고의 제목이다. 33호 2면(1992년 6월 25일자)에 게재된 청빙 공고에는 담임목사를 청빙하게 된 배경을 시작으로 창립 연도와 위치, 본당의 규모와 주변 환경이 함께 실렸다. 이어 우리의 간구(이력서 1통과 주민등록등본 1통)와 우리의 서원(1940년 이후 출생자, 서울신대 대학원 수료, 목회경력 10년 이상)이 이어진다.
당시만 해도 담임목사 청빙을 신문에 공고하는 일은 흔치 않았다. 본지를 기준으로 1992년 2곳, 1993년에 3곳, 1994년 3곳, 1994년 2곳, 1995년 2곳 등 199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담임목사의 청빙 공고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30여 년이 지난 요즘에는 예전보다 훨씬 많은 교회가 담임목사 청빙 공고를 의뢰하고 있다. 실제로 2023년 9개 교회가 본지에 담임목사 청빙 공고를 게재했고 2024년 15곳, 올해는 6월까지 총 6개 교회에서 청빙 공고를 냈다.
교단 홈페이지에만 올라온 공고를 포함하면 훨씬 더 많은 교회에서 공개 청빙을 실시한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담임목사 청빙이 예전보다 공개적이고 더 많은 목회자의 지원을 기대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 30여 년간 공고의 내용은 어떻게 변했을까? 1990년대 중반의 청빙 공고를 살펴보면 교회에 대한 소개가 가장 눈에 띈다. 1992년 오동동교회는 ‘1927년 창립되어 1988년 신축한 교회’라는 점을 강조했다. 본당 예배좌석은 1,500석이며 아파트 및 주택단지, 관공서 밀집지역이라는 설명도 포함했다.
또 열린교회에서 1994년 5월에 게재한 공고에서는 교세와 위치, 역사를 볼 수 있다. 개척된지 4년이 되었고 가난하고 소외된 계층에 대한 선교 비전을 품고 있음도 자세히 기술했다. 같은 해 남북교회는 공고에 20여 년의 역사와 현재 600평 규모의 예배당을 건축 중이라고 소개했고 또 다른 곳은 직분자 수와 교세를 실었다.
마치 교회 소개서와 같은 느낌이다. 그만큼 교회의 환경과 사역에 맞는 담임목사를 청빙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최근 10여 년간 본지에 실린 담임목사 청빙공고에서는 교회에 대한 소개와 설명 보다는 이전보다 명확하고 자세해진 기준이 주목된다. 연령과 학력, 경력 등 지원 기준이 뚜렷해졌고 청빙 절차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눈에 띈다.
지원자격과 제출서류도 확 달라졌다. 1990년대는 서울신대 출신의 목회자면 지원이 가능하고 제출서류도 자필 이력서와 주민등록등본, 신앙간증서 등이 거의 전부였다. 몇몇 교회에서 대학원 이상의 학력을 요구했지만 그나마도 수료 이상이면 지원이 가능했다.
그러나 2000년대를 지나면서 지원 자격과 제출서류도 조금씩 복잡해졌다. 많은 교회에서 연령과 학력, 경력 부분을 구분해 지원 자격을 제시하고 제출서류도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사모소개서 포함), 목회계획서, 각종 증명서(가족관계, 주민등록등본, 혼인관계) 등을 요청한다.
여기에 학위증명서와 목사안수증명서, 설교를 담은 동영상 제출, 현재 시무하는 교회의 주보 등을 요구하는 교회들도 있다. 최근에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개인정보 활용동의서도 필수다.
학력도 서울신대 신학과 졸업이 기준이었던 과거와는 다르게 신학대학원 졸업 이상이 기본이고, 목회 경력도 최소 5년에서 많게는 20년 이상의 경력을 요구한다. 우리 교단 전현직 총회 임원 또는 30년 이상 목회한 목회자의 추천서를 요청하는 곳도 있다. 연령대는 40대와 50대 초반을 선호하는 것은 과거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명확한 기준을 세워 교회가 원하는 담임목사 상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렇게 세분화된 공고에 목회자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실제로 본지의 청빙 공고를 보고 담임목사로 청빙 받은 목회자는 분명한 청빙 기준을 알게 되어 좋았다고 답했다. 교회에서 요청하는 지원 자격을 보고 자신이 적합한 목회자인지를 판단할 수 있었고, 제출서류를 작성하며 자신의 목회를 돌아보고 향후 사역을 계획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교회 사역에 대한 소개가 없어 아쉽다는 의견도 있다. 교회마다 사역과 환경이 다른데 똑같은 형식의 지원서로 교회에서 원하는 목회자 청빙이 가능하겠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최근에 청빙 공고를 통해 지원한 한 부목사는 “지원할 교회의 상황을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내가 제출한 목회계획서대로 될 것인가라는 고민이 있다”며 “교회의 주요 사역과 특징 등을 설명해주면 더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회자도 “획일적인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보다 교회의 상황에 맞는 목회계획서가 더 중요할 것 같다”며 “지원할 교회에 대해 알아보는 일도 지원자의 몫이지만 공고에서 교회가 원하는 목회자 상 등을 제시하면 더 명확한 청빙과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