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의 ‘시간 십일조’와 “내 간 줄게”
하루 24시간 중 2시간24분을 하나님 위해
사위에게 장기이식도 하겠단 사랑에 감동
‘십일조’ 하면 우리는 흔히 물질을 떠올립니다. 수입의 10분의 1을 하나님께 드리는 신앙의 실천 말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제 마음을 깊이 울리는 또 다른 십일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바로 ‘시간의 십일조’입니다.
최근 광주광역시에 계신 장모님이 서울로 올라오셔서, 오랜만에 모인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데, 대화는 끊임없이 이어졌고, 그 자리에서 장모님께서 시간의 십일조를 실천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습니다.
기도하고, 성경을 읽고, 예배에 참석하고, 교회나 이웃을 위해 봉사하며, 복음을 전하고 사랑을 나누는 삶. 하루 24시간 중 10분의 1인 약 2시간 24분을 하나님을 위해 드린다는 것이지요. 저는 그 말씀을 듣고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하나님께서 복을 안 주실 수가 없겠구나’, 마음속에서 이런 고백이 절로 흘러나왔습니다.
장모님의 삶은 말보다 행동으로, 외모보다 내면의 진실함으로 살아오신 시간이었습니다. 새벽기도, 묵상, 찬송, 손주를 위한 기도, 교회를 위한 섬김까지. 그 모든 시간들이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장모님의 하루는 예배였고, 그 삶 전체가 시간의 십일조였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하나님께 10분의 1의 시간을 온전히 드린다는 것은 단순한 시간 관리 차원이 아닙니다. 그것은 삶의 주권을 하나님께 드리는 고백이고, 삶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묻는 신앙의 결단입니다.
장모님은 그 결단을 오랜 세월 동안 흔들림 없이 지켜오셨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사랑하고, 기도를 쉬지 않으며, 감사하는 삶을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 조용히 복음의 향기를 전하고 계십니다. 저도 자녀들에게 말로만 신앙을 강조하는 아버지가 아니라, 장모님처럼 삶으로 보여주는 신앙인이 되고 싶습니다.
그날 저녁, 또 하나의 깊은 감동이 있었습니다. 몇 달 전 건강검진에서 제 오랜 지방간이 만성 간질환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더 심각한 질병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는 소견이었기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내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당신이 간 이식이 필요하면 내 간을 줄게요.” 저는 말없이 아내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말 한마디였지만, 그 안에 담긴 헌신과 사랑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습니다.
딸도 그 말을 들으며 덧붙였습니다. “아빠, 저도 드릴게요.” 예전, 반포중학교 ‘부자유친’ 모임에서 어느 아들이 아버지에게 간을 이식해드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아들도 “아빠가 필요하면 저도 드릴게요.”라고 했습니다. 가족 모두가 아낌없이 나를 위해 자신을 내어주겠다는 고백 앞에 저는 말문이 막혔고, 마음 한켠이 뭉클하게 젖어들었습니다.
가장 놀라운 반응은 장모님에게서 나왔습니다. 장모님께서 주저 없이 말씀하셨습니다. “내 간 줄게.” 그 말 한마디에 저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이지만, 그 사랑은 그 누구보다 진하고 따뜻했습니다. 조건 없이 자신을 내어주는 그 사랑을 제가 받고 있다는 사실이 저를 벅차게 했습니다.
그날 이후, 건강을 돌보는 제 자세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단순히 병을 예방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응답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입니다. 가능한 한 걸어서 출퇴근하며, 음식을 절제하고, 물을 충분히 마시고, 몸의 신호에 귀를 기울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간 이식이 필요 없는 삶, 가족의 사랑을 오래도록 지켜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삶이 하나님께 드리는 또 하나의 시간의 십일조, 예배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시간의 십일조도, 간을 내어주는 사랑도 모두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랑’입니다. 하나님을 향한 사랑, 가족을 향한 사랑, 이웃을 향한 사랑이 우리 삶을 충만하게 채우는 가장 본질적인 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