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학회 ‘AI 학술대회’
“논문 등 검색, 출처-연도 확인”
“목회 현장에서 성경 주석과 논문 등의 정보에는 AI가 유용합니다. 그러나 설교를 통한 영적 감동은 철저히 목회자의 몫입니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설교문 작성은 목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정보에 대한 검증과 교인들을 말씀으로 인도하는 일은 목회자가 해야 할 일입니다.”
지난 6월 14일 신길교회(이기용 목사)에서 열린 한국기독교학회(회장 황덕형 총장) 춘계학술대회에서 나온 인공지능 전문가들의 발언이다. ‘인공지능과 신학적 인간학’을 주제로 열린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김재인 박사(경희대)와 전철 박사(한신대)가 발제했다.
‘AI에 대한 무지와 공포 극복하기’를 주제로 발제한 김재인 박사는 철학자로서 AI와 구별되는 인간의 고유한 특성을 역설하며 오늘날 과대포장 된 AI의 본질을 직시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먼저 김 박사는 인간과 AI의 차이를 ‘퍼스트 무버’와 ‘패스트 팔로워’로 설명하며 AI에 대한 환상과 과대평가를 경계했다.
챗GPT를 포함한 생성형 AI의 핵심은 대규모 텍스트를 분해하고 다음에 나올 단어를 예측하는 알고리즘에 불과하다는 것이 김 박사의 주장이다. 그는 “겉보기에 문장은 그럴듯하지만 그 안에 진실성에 대한 고려는 없다”고 지적하고 “AI와 인간의 우위관계를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다만 AI는 패턴과 평균치에 강하고 인간은 뜻밖의 발견과 의외성, 새로운 발견과 발명에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김 박사는 AI를 목회에 적용할 때 주의할 점으로 주석이나 논문 등을 검색할 때 반드시 출처와 연도를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AI의 특성상 정보의 기간이나 출처에 상관없이 입력된 데이터를 중심으로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특히 목회자가 AI의 도움을 받아 설교를 작성한다면 정보에 대한 부분을 도움받는 것은 맞지만 회중을 말씀으로 설득할 수 없다면 설교로서 기능하지 못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철 박사(한신대 신대원)는 “AI는 언어적이고 계산적이며 예측이 가능한 능력들을 탁월하게 수행하지만, 인간이 지닌 몸의 경험, 곧 시간성과 감각성, 유한성과 연약성이라는 실존적 조건을 온전히 구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 박사는 “AI는 인간의 종교적 상상력을 확장하며, 전통적인 종교적 범주를 넘어 새로운 신학적 가능성을 여러준다”며 “AI의 디지털 몸, 인간의 생물학적 몸,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신령한 몸이 공존하는 다층적 현실을 신학적으로 탐구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 “디지털 정보에서의 지식은 목회현장에서 정보를 제공하는데 도움이 될지언정 영적 돌봄은 목회자가 해야 할 부분이다”라며 “성경 주석과 같은 복잡하고 번거로운 작업들을 대체해주는 부분은 도움이 되지만 영적인 돌봄은 AI가 아닌 목회자 스스로 해결해야 할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기독교학회는 지난 해 11월 ‘AI와 기독교의 미래’를 주제로 AI와 신학, 목회 현장에서의 적용점을 제안한 바 있다. 당시 학회는 인간 존엄과 공동체성, 신학적 상상력의 회복을 중심으로 한 이 원칙은 기술 진보 속에서도 신학이 붙들어야 할 기준 등 12가지 윤리 준칙을 발표했다. 이날 학술대회도 같은 문제의식의 연장선에서 마련됐다.
황덕형 회장은 “지난 해 학회 때부터 이어진 AI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이슈들을 다시 한번 정리하며 신학적 의미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이번 학술대회를 준비했다”며 “시대의 흐름을 선도하고 시대의 정신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여 하나님 나라와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