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적 유산으로서 자서전 쓰기

급변하는 시대, 잊혀가는 신앙 유산
현대 사회는 너무나도 빠르게 변화한다. 어제의 전통이 오늘의 구습이 되고, 개인과 공동체의 소중한 역사는 디지털 정보의 홍수 속에 쉽게 잊힌다. 

특히 한국교회는 급격한 성장이라는 영광스러운 시대를 지나며, 다음세대에게 신앙의 본질과 깊이 있는 역사를 전수하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눈부신 외적 성장에 비해 내적 성숙과 신앙 전승의 고리는 약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다음세대에 물려줄 것인가? 특별히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깊은 신앙 여정과 삶의 지혜, 목회 현장에서 체득한 영적 통찰, 그리고 교회의 소중한 전통과 서사는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한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그러나 이 귀한 자산들이 기록되지 않고 구전으로만 전해진다면, 급변하는 시대의 파고 속에서 쉽게 유실될 수밖에 없다. 마치 강물이 흘러가듯 시간은 쉼 없이 흐르고, 그 속에 담긴 귀한 경험과 깨달음은 흔적 없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목회 자서전 쓰기: 영적 성찰과 신앙의 깊이
이러한 위기 앞에서, 우리는 ‘목회적 유산으로서의 자서전 쓰기’라는 강력하고도 아름다운 대안을 제안한다. 어거스틴의 『고백록』이나 톨스토이의 『참회록』처럼,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신앙의 여정을 기록하는 행위는 단순히 개인의 과거를 회고하는 것을 넘어선다. 

이는 영혼의 깊이를 탐구하고,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 의미를 재확인하는 영적 훈련이다. 목회 현장의 고비마다 함께하신 하나님의 섭리를 깨닫고, 믿음의 여정에서 얻은 교훈과 은혜를 정리하는 과정은 목회자 개인의 신앙을 더욱 깊고 견고하게 만든다.

목회 자서전 쓰기는 자기 성찰을 통해 신앙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길을 열어준다. 자신의 연약함과 죄를 고백하고, 그 가운데 역사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발견하며, 목회 삶의 모든 순간이 하나님의 인도하심 아래 있었음을 깨닫는다. 이러한 깨달음은 단순한 지식을 넘어선 영적 통찰로 이어지며, 목회적 깊이를 더하는 원동력이 된다. 

또한 자신의 목회 여정을 객관적으로 조망하며 미처 깨닫지 못했던 하나님의 뜻과 계획을 발견하는 기회가 된다. 목회 철학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으며, 무엇이 진정으로 중요한 가치였는지를 정리하는 과정은 다음 세대 목회자들에게 귀한 나침반이 될 것이다.

다음세대를 위한 살아있는 교과서: 목회적 유산의 계승
더 나아가 목회 자서전은 개인을 넘어선 ‘신앙 유산’이자 ‘목회적 유산’으로 기능한다. 

유대인들이 그들의 역사와 전통을 끊임없이 기록하고 교육하여 민족의 정체성을 굳건히 지켜온 것처럼, 한국교회도 기록을 통해 신앙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계승할 필요가 있다. 목회자의 자서전은 다음세대 목회자들에게는 귀한 목회 철학과 영적 자양분이 될 것이며, 성도들에게는 믿음의 선배들이 걸어간 길을 통해 용기와 위로를 얻는 살아있는 교과서가 될 것이다.

교회의 역사를 담은 목회자의 자서전은 공동체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교회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떤 어려움을 극복했으며, 어떤 은혜를 경험했는지에 대한 생생한 서사는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소속감과 자부심을 심어준다. 또한 목회자의 삶을 통해 구현된 신앙의 본질은 다음 세대에게 실제적인 믿음의 본보기가 된다. 부모의 믿음이 어떻게 삶 속에서 구현되었는지를 구체적인 이야기로 접하며, 자녀들은 자연스럽게 신앙을 삶의 중요한 가치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지금, 영적 기록의 여정을 시작할 때
이제 우리는 이 귀한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목회자들은 자신의 목회 여정을 기록하고, 교회는 공동체의 역사를 정리하며, 기독교 가정은 신앙의 발자취를 남겨야 한다. 이는 단순히 과거를 기록하는 행위를 넘어, 현재의 신앙을 점검하고 미래의 신앙을 준비하는 영적 행위다. 

목회적 유산으로서의 자서전 쓰기는 다음세대에게 물려줄 가장 값진 영적 씨앗이며,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한 가장 중요한 투자다. 이 씨앗이 뿌리내려 풍성한 열매를 맺을 때, 한국교회는 더욱 견고하고 생명력 있는 공동체로 성장할 것이다. 더 이상 주저할 이유가 없다. 지금이 바로 그 영적 기록의 여정을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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