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을 위해 영생을 포기할 수 없다”

사도바울은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의 제일은 사랑이라”(고린도전서 13:13)고 했다.

믿음은 예수그리스도를 구세주로 믿고 하나님에 대한 확신과 신뢰, 소망은 천국복음과 부활의 미래에 대한 희망적 기대와 확신, 사랑은 하나님의 본질(요한일서 4:8)이며 예수님이 보여주신 섬김과 희생으로 원수까지도 사랑하는 무조건적인 사랑의 가치로 기독교인이 실천해야 할 중요한 덕목이다.

이 세 가지 덕목을 꺼낸 것은 믿음, 소망, 사랑의 실천적 신념의 최고의 가치가 순교신앙으로 행동할 수 있는 연결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필자는 우리 교단의 전도정책에 의해 시행한 전도왕 일원으로 지난 5월 13~17일 일본 나가사키 순교지 순례를 다녀왔다. 순교지마다 순례자들에게 들려오는 신앙적 메시지는 그 순교지의 특색과 특별함에 따라 색다른 감동을 받게 된다.

나가사키 순교지는 가톨릭 순교지 일지라도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고 희생하였다는 측면에서 동질감을 가질 수 있었다. 

서울신대 출신 나가사키 침례교회 조은민 목사님이 순례 일정 동안 동행하며 풍성한 영성과 지성으로 순교지에 대한 해설의 말씀마다 은혜와 벅찬 감동을 받기에 충분했다.

일본 26성인이 처형을 당하는 과정에서 당시 12세 어린 소년이 “내가 이생의 삶을 위해 영생을 포기할 수 없다”면서 배교하지 않고 순교를 당했다는 해설을 들으면서 뭉클한 마음에 나 자신의 신앙심을 되돌아보면서 은혜를 받았다.

한편 우리의 미래 세대들에게도 과연 이러한 신앙심이 심겨져 있을까라는 깊은 상념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아무런 죄를 범하지 않았지만 단지 우리 주 예수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전파했다는 이유로 죽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이유로 죽게 됨을 기쁘게 생각하며 우리 주님이 나에게 내려주신 커다란 은혜라고 생각한다”라는 당시 성인들의 당당한 외침은 고귀한 영적신앙의 자산이 아닐 수 없다. 

또 “일본과 한국의 역사적 갈등은 누가 잘하고 못하고 문제를 넘어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사랑으로 용서해야 한다. 사랑이 없으면 용서할 수 없다. 일본인과 한국인이 예수님 사랑의 신앙 안에서 하나 되어 같이 순교할 수 있다는 깊은 신앙의 이해가 있어야 한다.”라는 해설은 한일 갈등에 대한 기독교인이 가져야 할 신앙적 자세와 과제라고 여겨졌다. 

나가사키 소토메에 위치한 엔도 슈사쿠 문학관에서 일본의 소설가 엔도 슈사쿠의 현대 종교소설 중 손꼽히는 1966년작 소설 ‘침묵’에 대한 해설을 들으면서 수많은 일본인 신자들이 체포되어 박해와 순교를 당하는 상황에서 신앙을 버릴 것이냐 지킬 것이냐 하는 딜레마를 하나님은 ‘침묵’하였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엔도 슈사쿠 작가의 침묵의 비에 새겨진 “인간이 이렇게 슬픈데 바다는 푸릅니다”라는 글에서도 박해받는 신자들이 탄식과 피를 흘렸는데도 하나님의 침묵을 표현한 것으로 이해했다. 

하지만 약한 자의 하나님이시고 어머니 같은 하나님께서 ‘침묵’했다고 믿기 어려웠다. 하나님은 그들의 고통 속에 어떤 방법으로든지 말씀으로 함께 하셨다고 믿는 것이 신앙적 자세이기 때문이다.

특히 배교 불복으로 고문당하는 신자들의 용서를 위하여 고뇌하던 선교사 로드리고 신부가 결국 예수님의 성화동판 후미에를 밟게 되고, 예수님은 로드리고 신부에게 “밟아라, 아픔을 알기 위하여 십자가를 짊어지기 위해 세상에 태어난 나는 그 발의 아픔을 알고 있다. 그 아픔만으로 충분하느니라”고 말씀하셨다는 해설을 들으면서 예수님의 사랑의  마음이 묻어나는 울림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순교신앙의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이 밖의 340명의 신자가 순교한 운젠지옥 순교 현장, 131명의 신자가 처형되기 전에 가족과의 마지막 이별의 눈물에 젖은 돌이 지금도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처자이별의 돌’을 비롯한 호코바루에서 처형당한 신자들의 부활이 두려워 머리와 동체를 각각 다른 곳에 매장했다는 해설을 들으면서 안타까움을 넘어 혼탁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또한 하나님을 끝까지 사랑하며 신앙의 정조를 지키는 일이 소중한 사명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 소중한 순례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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