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알면 성경에 더 빠진다

                     전우철 목사
                     전우철 목사

이번에 소개하는 일반 서적은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이고, 신앙 서적은 이정일 박사의 『문학은 어떻게 신앙을 더 깊게 만드는가』입니다.

일반 서적입니다. 한강 작가는 『채식주의자』로 부커상을, 『소년이 온다』로 말파르테 문학상을, 『작별하지 않는다』로 메디치 외국 문학상을, 그리고 2024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국의 대표적인 작가입니다. 

책은 전체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 ‘새’에서는 경하가 인선의 새를 구하기 위해 폭설이 내린 제주도에 있는 인선의 집으로 향하는 이야기를, 2부 ‘밤’에서는 인선의 가족사를 통해 본 비극적인 4.3사건의 이야기를, 3부 ‘불꽃’에서는 책의 끝을 맺고 있습니다.

작가는 제주도 4.3사건의 끝까지 작별할 수 없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인선의 죽은 새 ‘아마’를 통해 써 내려갑니다. ‘작별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이별을 고하지 않고 이별을 행하지 않는다는 강조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작별 인사만 하지 않는 거야, 정말 작별하지 않는 거야?” “완성되지 않는 거야, 작별이?” “미루는 거야, 작별을? 기한 없이?” (P.192).

작가 한강은 역사적 트라우마와 인간의 연약한 사건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도전하면서 죽은 자를 향한 산 자의 역사적 책임을 문학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났을 때 책과 작별 인사를 할 수 없었습니다. 경하가 인선의 새 ‘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작별하지 못했던 것처럼, 아직도 학살 이후에 실종된 가족을 찾기 위해 1948년과 작별 인사를 하지 못하고 있는 유가족들을 위해 하나님께 기도하게 합니다.

“총에 맞고, 몽둥이에 맞고, 칼에 베여 죽은 사람들 말이야. 얼마나 아팠을까? 손가락 두 개가 잘린 게 이만큼 아픈데. 그렇게 죽은 사람들 말이야. 목숨이 끊어질 정도로 몸 어딘가가 뚫리고 잘려 나간 사람들 말이야.” (P. 57).

신앙 서적입니다. 이정일 박사는 평생 문학을 공부했고 박사 후 신학을 공부했지만, 스스로 문학과 인생 속에 파묻힌 하나님의 이야기를 캐내는 광부라고 생각하는 신학자입니다.

문학을 모른다고 해서 신앙생활에서 문제 될 것은 없지만 문학을 알면 자신의 삶을 성찰할 뿐만 아니라 사회와 하나님에 대한 둔감함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문학은 자기 자신에 대한 무지, 인간에 대한 무지가 하나님에 대한 무지로 이어질 수 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문학을 모르면 자신의 삶에만 둔감해지는 게 아니다. 사회와 하나님에 대해서도 함께 둔감해진다.” (P.7).

문학은 이야기의 결말도 물론 궁금하지만, 그 결말이 갖는 의미에도 관심을 두게 합니다. 이런 관심은 질문을 만들어 내고, 우리 자신과 사회를 평소와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 보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문학은 성경처럼 세상에 답을 제공하지 않지만, 세상이 잊어버린 질문을 일깨운다!” (P.8).

오늘날 신앙인들은 각자 섬기는 교회만을 전부로 알고 살아갑니다. 불행하게도 하나님이 우리를 이 시대에 ‘함께’ 부르신 뜻을 알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이런 시대에 간절히 필요한 것이 문학입니다.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 이정일 박사의 ‘문학은 어떻게 신앙을 더 깊게 만드는가’를 읽고 나니 예수께서 성경에서 하셨던 말씀이 떠오릅니다. 

“내가 떠나가는 것이 너희에게 유익이라!” (요 16:7)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마 28:20)

미성대학교에서 ‘일반 서적이 질문하고, 신앙 서적이 대답하다’라는 강의를 맡아 수업을 진행하면서 그때 가장 많이 강조했던 말이 있습니다. “일반 서적을 소홀히 여기지 않고 읽는 목사에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는데, 그것은 신앙 서적을, 성경을 더욱 읽고자 하는 소원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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