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공동 예배 시간에 설교를 하다가, 내 눈에 들어오게 된 우리 교인들 표정에서 그만 맥이 탁 풀려 버렸다. 너무 중요한 말씀이기에 열심히 외치는 나와는 전혀 별개의 표정들을 짓고 계시고, 거기다 몇 분은 아예 지친 육신으로 인해, 깊은 꿈나라 여행을 하시는 모습들에서, 문득 내가 과연 이렇게 전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고 할까?

물론 이런 모습들이 오늘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거의 매주 이런 모습들이 우리 교회에서 보이고 있다. 그나마 내가 위로를 받는 것은 교인들 자신들의 말로, 그래도 전에는 지금에 비해 훨씬 더 심했는데 지금은 그나마 많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이거 웃어야하는지 울어야 하는지. 그런데 그런 설교 시간의 모습들이 내게는 일종의 전쟁이기도 하다.

나는 설교를 할 때, 그냥 조용조용하는 편이 아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실력이 못되고, 또 그렇게 하려고하면 내가 오히려 더 힘이 들어, 말씀에 따라 그것도 좀 오버해서 흥분하며 하는 편이다. 그렇게 하면서도 나름 합리화하는 것은 ‘아니 지금 이 내용들이 얼마나 기가 막힌 복음이고 놀라운 내용들인데 어찌 이 정도 흥분하지 않고 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선포하는 것만이 아니라 대화하는 형식을 취하기 때문에 한쪽에서의 반응이 그러면 나는 아주 그야말로 죽음이다.

그러나 나도 이럴 수밖에 없는 우리 교회의 모습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한다. 우리 교회 교인들의 평균 연령이 75세가 되다 보니, 소통이 어떤 면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내가 나름 믿는 것은 세상 학문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성령님의 도우심이 있어야만 깨달아지는 영적인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기에 많이 배웠다는 사람들도 그 배움으로 인해 이 진리를 깨닫는 것이 아닐 것이고 그렇다면 반대로 비록 여기 계신 이 분들께도 성령님께서 역사하시기만 하시면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오히려 은혜로 더 분명한 소통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그 믿음처럼 되지 않았다. 물론 그런 거기에도 내가 아직은 이해 못하는 어떤 하나님의 섭리가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그런데 그런 문제들 가운데 내가 생각하는 가장 첫 번째 것은 나의 설교 및 전달 능력이 아직은 분명 여기 분들을 섬기기에 많이 모자르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그런 면에서 내 메시지가 일반적(?)이질 못하다는데도 원인이 있다고 보인다. 내가 나름 평가하는 바로는, 일반 종교적 형태의 신앙으로 굳어진 이 분들, 즉 교회에 오고, 예배드리고, 교회에서 하라는 것을 열심히 하는 것을 신앙생활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분들께, 그것을 넘어 그 의미를 알고, 사는, 일상이 신앙생활이라는 개념 자체가, 들리기는 하는데 정작 이해는 안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내가 강조하는 것은 물론 교회생활도 잘하고 열심히 해야 하지만, 그런 것을 열심히 하는 이유가, 그것 자체로가 아니라, 일상의 삶, 그러니까 여기에서는 농사하는 일에서부터 사람과의 관계, 가족들과의 관계 등 우리의 사소한 일상이 신앙생활이어야 한다는 것이 그렇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다.   

그러다가 문득 드는 생각은 이것은 비단 내가 목회하는 여기, 우리 섬 같은 곳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교회 전체의 문제는 아닐까 하는 것이다. 즉 많이 못 배우고 연세가 높은 것만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것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것이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열심 있는 종교 활동들이 좋은 신앙이고 그것이 잘하는 것으로 외쳐지고, 거기에 익숙한 교인들도 역시 그래서 그 익숙한 그것에 ‘아멘!’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런 것들이 잘못되었다거나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내가 지적하는 것은 그것 자체가 신앙생활이라고 생각한다는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나는 그런 문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 굳이 종교 활동이란 표현과 신앙생활이란 개념을 나눠서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그야말로 종교 활동들에 만족하고, 거기서 멈춰, 진정한 삶으로서의 신앙인다운 생활은 없이, 결국은 세상의 일반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그런 삶을 사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것으로 서로 소통하고 있다고 교회 안에서 우리들끼리 안심하고 즐거워하며 서로 똘똘 뭉쳐, 여기에 초막 셋을 짓자고, 대형 교회당을 건축하는 것으로 천국을 만끽하기에 그래서 대를 이어 충성하자는 것 아닐까! 그러기에 너희는 교회 안에서가 아니라 세상에서 소금이고 빛이라는 예수님을 향해, 아니 이미 여기가 천국인데 뭐 그런 것이 더 필요하냐며 함께 돌을 드는, 예전 유대인들의 모습이, 오늘 우리들에게서 지금 보이고 있다는 느낌이 무섭게 드는 것은 왜일까?

작금에 우리 한국교회들 그것도 덩치 큰 교회들에서 보이는 기현상들은 바로 그런 대표적 모습들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안타까운 모습들이 이 낙도에서 내가 느끼는 두려움이다.

이것은 규모의 크고 작음이나 개인의 배우고 못 배우고의 문제가 아닌, 아마도 인간 근본의 문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바로 이 문제와의 씨름이 곧 우리가 모든 것을 다해 신경 써서 대처해야하는 오늘 우리가 싸워야하는 영적 전쟁의 내용일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그래서 나는 문득문득 내 자신에게 그리고 우리 성도들에게 새삼스레 되묻곤 한다. 과연 우리 기독교인들에게 신앙생활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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