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펜하우어(Schopenhauer)의 우화 한토막. 온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리는 추운 아침이었다. 고슴도치 한쌍은 떨다못해 서로의 몸을 마주했다.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기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몸을 가까이하면 할수록 저들은 서로를 참아낼 수가 없었다. 몸에 돋친 가시가 서로를 찔러댔기 때문이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안타까운 상황, 쇼펜하우어는 ‘고슴도치의 딜레마’라고 이름붙였다.

▨… 총회본부 재정비리 등을 조사한 7인전권위원회의 조사 및 징계조치가 발표되었다. “우리 교단이 더 이상 혼란 속에 빠지지 않도록 소모적인 논쟁을 자제하시고 법과 질서를 준수하여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교단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총회장의 당부가 뒤따랐음에도 그 발표를 접한 많은 성결인들은 어안이벙벙해져 있다. 목덜미 뒤쪽만 주물러대고 있다.

▨… 입만 열면 자동으로 성결이 튀어나오는 우리 성결교단 총회본부에 재정비리가 관행이다싶게 저질러져 왔다는 사실에 놀란 탓일까. 목사 한 명이 출교되고 전·현직 총무의 목사직이 2년 정직되는 서슬 퍼런 징계조치에 오금이 저려오는 탓일까. 소식을 들은 성결인들이 여기저기서 웅성대고들 있다. “그런 일이 어떻게…”에서부터 “전권위 징계는 무효”까지 중구난방이 이어질 낌새다.

▨… ‘7인전권위원회’의 ‘전권’이 징계조치까지를 포함하는지, 헌법에 어긋나는 결정까지는 포함할 수 없는 것인지는 법리에 밝은 이들이 결판을 낼 일이다. 총회가 열리면 법리에 밝은(?) 이들이 너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갈 지경이었으니 아무리 총회장의 당부가 뒤따랐다고 하더라도 전권위 발표의 후속 파고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도끼 등에 칼날을 붙여야 할 총회장의 솜씨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 인간은, 사이가 가까워질수록 미움도 자라고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존재라고 직격탄을 날린 이는 프로이트(S.Freud)였다. 끌어안으면 안을수록 상처를 주는 것은 고슴도치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도스토예프스키(Dostoevsky)는 원수는 사랑할 수 있어도 이웃은 도저히 사랑할 수 없다고 씹어뱉듯 내뱉었었다. 최근의 교단사태가 우리가 부르짖는 성결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지경에까지는 이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교단지도부의 혜안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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