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켈러의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

성경의 모든 본문에서 그리스도를 설교하라. 이는 그리스도 중심 설교의 핵심적인 주장이다. 그리스도 중심 설교를 대중적으로 알린 팀 켈러는 성경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절정에 이르는 하나의 단일한 이야기이므로 성경 본문을 해설할 때 우리가 스스로를 구원할 수 없고 오직 예수님만이 하실 수 있음을 그 본문이 어떻게 보여주는지를 풀지 못했다면 설교 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그의 스승인 에드먼드 클라우니의 말을 빌어 “우리가 특정한 성경 이야기를 들려 줄 때 그것을 그리스도에 관한 성경 이야기 안에서 설명하지 않는다면 ... 그것은 그리스도의 사역에 대한 믿음으로 살라는 초청보다 더 열심히 하라는 도덕적 권면이 되어 버린다”고 주장한다. 

켈러가 이해하기로 그리스도는 하나님이 그 은혜로 우리를 구원하시고 세상을 새롭게 하시는 것을 기술하는 성경의 거대한 내러티브의 핵심이다.

스펄전이 말한 바와 같이 그리스도는 성경의 모든 길이 통하는 수도이며, 성경 전체의 메시지이며, 성경의 핵심을 이해하는 열쇠이다. 예수 복음은 성경의 모든 사건과 내러티브에 대한 해명이요, 모든 개념과 이미지의 완성이다. 따라서 그는 성경의 모든 장르, 모든 주제, 모든 인물, 모든 이미지, 모든 구원이야기에서 그리스도를 설교할 수 있고 설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실 설교가 그리스도 중심적이어야 하며, 그리스도가 복음 선포의 핵심이라는 주장은 초대교회부터 전해져 내려온 고전적 명제이다. 그런데 왜 21세기의 C.S.루이스이자 포스트모던 시대 기독교의 가장 탁월한 변증설교자라 불리는 팀 켈러가 이 오래된 명제를 붙드는 것일까? 그것은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가 종교에 무관심하며 하나님을 상실한 현대인의 시대정신을 도전하는 창끝이기 때문이다. 

켈러가 보기에 현대인의 가장 보편적 가치 중 하나는 자율성(autonomy)이다. 자율성이란 인간은 스스로 세계를 이해하고 선택할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스스로 선택에 대해 주체적으로 책임을 진다는 것을 말한다. 누구도 개인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없으며 침해해서도 안된다. 그것은 억압이며 폭력으로 규정된다. 

자율성이라는 현대인의 철옹성의 이면에는 켈러가 “주권적 자아(sovereign self)”라고 부르는 인간에 대한 신념이 자리한다. 겨울왕국의 엘사가 ‘렛잇고’를 부르며 누가 뭐라든 무엇을 기대하든 관계없이 있는 모습 그대로 “나”로서 살아가겠다고 선언하는 것처럼, 현대인은 자신이 모든 선택의 주체로서 완벽한 자율성을 가진 주권적 자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당위와 현실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자신이 무엇이든 할 수 있기에 자신이 하는 선택은 누구의 방해나 간섭도 받지 않고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자율성의 전제인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현실에 직면한다. 현대인들은 이 불편한 진실을 무시하며 나르시스트로 살거나 그것을 끌어안고 들키지 않으려 실패자로 낙인찍히지 않으려 외로운 싸움을 하며 살아간다.

켈러가 볼 때에 복음은 이러한 현대성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복음은 인간이 자율성을 가질 수 없는 한계적 존재라는 것을 폭로하며 하나님이라는 초월자의 구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인간의 가치는 개인의 성취와 업적을 통해 증명되는 자아효능감(self-esteem)을 통해서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 안에 증거된 하나님의 긍휼과 은혜를 통해 인정된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 줄’ 존재는 자기의 몸을 십자가에서 찢기며 사랑을 보여주신 예수 그리스도라는 것을 말한다. 성경의 모든 본문들은 인간의 한계 상황과 그로부터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증거한다. 이것이 켈러가 성경 모든 본문에서 그리스도를 설교하라고 주장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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