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주의는 현실적으로 신앙적이며 성경적이라거나, 유럽의 공산주의가 역사적으로 성서적 원리에 근거하였다는 상반된 주장이 종교, 정치, 철학, 문화, 경제 등의 영역에서 오랜 세월 대립해 왔다. 그러나 우선 개념의 설정이 서로 어긋났다. 정치적 용어인 민주주의의 대립 개념은 사회주의로, 경제학에서 공산주의의 대립 개념은 자본주의로 설정해야 하는 것 아닐까.
▨… 우리나라의 헌법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제1조 1항)라는 대전제로 시작한다.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polis) 정치제도에서 비롯한 민주주의(democracy)의 개념은 일정한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demos)이 맡긴 통치 권력(kratos)이라는 역사적, 철학적 기원을 가지고 있다. 폴리스의 거주민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면서 또 다른 이들의 의견을 듣고 싶을 때 공적 영역인 광장(agora)으로 나간다. 언로가 열린 자유의 광장이 폴리스의 중심이었다.
▨… 서주(西周 B.C 1046~256)의 여(厲)왕이 폭정을 일삼다 백성에게 쫓겨나고(B.C 842) 주공(周公)과 소공(召公) 두 사람이 협력하여 정무를 수행하였다. 14년의 이 시기를 가리켜 ‘주소공화(周召共和)’라 했다(사기). 여기에서 비롯된 공화국(共和國)이란 명칭은 근대에 이르러 입법, 사법, 행정의 권력 분립으로 상호 협력과 견제가 이루어지고 나라의 주권이 국민(publica)의 것(res)이라는 Republic의 번역어가 되었다.
▨… 교단 헌법은, 성결교회의 정치제도는 신앙 양심을 기초한 대의제도(代議制度)로 한다(제1장 제4조 4)고 규정하고 있다. 선출된 이들에게 주권을 위임하여 행사하는 간접 민주주의 제도라는 것이다. 각 지방회는 정회원 800명 단위의 권한을 선출된 목사와 장로 각각 1명의 대의원에게 맡겨 교단총회에 파송한다. 대의제 원리로 열리는 연차 총회는 장소와 형식을 넘어 성결인의 다양한 생각이 소통하는 아고라임을 누가 부정하랴.
▨… 제119년 차 교단총회를 앞두고 교단의 미래를 책임질 임원 후보의 등록을 접수하였고 선거 규정에 따라 경쟁할 것이다. 후보들이 경선 과정에서 상처를 주는 어리석은 언행을 범하지 말아야 함은 인선과 정책 결정이 완료된 후에도 성결교단 공동체를 함께 섬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폴리스의 아고라는 두 사람이 모이면 두 개의 생각이, 100명이 모이면 100가지의 생각이 소통하는 다양성이 살아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