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도 가려느냐?"
몇 주 전 지방회 소속 교회 목사님께서 성역 44년을 마치고 원로목사로 추대되는 예식이 있었다.
예식 가운데 원로목사 추대를 위한 기도를 맡아 기도를 하던 중 코끝이 찡하며 울컥한 마음이 올라왔다. 같은 감찰 소속 교회이기는 하나 선배 목사님의 은퇴식에서의 찡한 코끝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서울에서 부교역자 사역 후 천안에 내려오면서 시작된 단독 목회가 올해로 15년째이다. 지나온 만큼 또 지나면 나도 저 은퇴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면서 여러 질문들이 마음에 떠올랐다. ‘지금 나는 목표를 향하여 제대로 가고 있는가?’, ‘이대로 가면 과연 골인 지점에 도달할 수 있을까?’
사냥을 좋아하는 왕이 신하들과 훈련된 사냥개 여러 마리와 함께 사슴 사냥에 나섰다. 사냥개 중 한 마리가 사슴을 발견했는지 마구 짖더니 달리기 시작한다. 옆에 있던 사냥개들도 덩달아 짖더니 함께 달린다. 한참 후, 거친 숨을 몰아쉬며 사냥개가 한 마리씩 빈손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가장 먼저 쏜살같이 달려갔던 사냥개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자신의 눈으로 직접 목표물을 확인한 사냥개는 추격이 아무리 힘이 들고 어려워도 끝까지 좇아간다.
요한복음 6장에, 예수님을 따르는 많은 무리들이 있었고, 그 중 열두 제자와 또 다른 제자로 불리는 무리들이 있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떡을 베푸신 의미에 관해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자는 영생을 가졌고 마지막 날에 내가 그를 다시 살리리니 내 살은 참된 양식이요 내 피는 참된 음료로다(요66:54~55)’라며 영적인 의미를 설명하셨는데 자신들의 필요에만 몰두해 있던 무리들은 예수님 곁을 떠났다.
결국 열두 제자만 남게 되었는데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질문하신다. “너희도 가려느냐?”
예수님과 함께 3년간 사역을 해도 다른 것에 관심을 가지니 예수님을 배신하고 돈을 받고 팔아 넘기기까지 한다. 수제자라 일컬음을 받아도 예수님의 위기의 때에는 부인하고 도망하기도 한다.
목표물을 발견한 사냥개가 중도에 포기할 수 없듯이 목회의 현장에서 부활의 주님을 만난 종으로 달려가고 있다고 스스로 믿는다. 아무리 힘이 들고 장애물이 많아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많다 하더라도 결코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는 이유다.
예수님은 ‘천국은 마치 밭에 감추인 보화 같다(마13:44)’고 말씀하셨다. 내 삶과 사역의 현장 이곳 저곳에 정말 보화가 감추어져 있는 것을 근래에 더 깨닫게 된다.
70세가 넘으신 새 가족이 세례를 받을 때, 장기 결석 중이었던 성도가 다시 열심을 내며 즐겁게 신앙생활을 할 때, 이제 6학년이 된 여학생이 자신의 꿈은 사모님이라는 말을 들을 때… 나는 보화를 발견하는 마음이다.
그렇게 흥분되고 설레는 마음으로 앞으로의 15년이 계속될 생각을 하니 그래서 코끝이 찡했던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