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독교’라는 말도 못 듣는 현실
에라스무스 인간존중 사상으로
소생의 길 찾아냈으면 좋겠다

이번에 소개하는 일반 서적은 최민재 작가의 『인간의 역사와 문명 르네상스 인문주의와 고전 부활 운동』이고, 신앙 서적은 배덕만 교수의 『한국 교회, 인문주의에서 답을 찾다』입니다.

일반 서적입니다. 이 책은 총 17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는데 고대 로마 필사본 수집의 대장정으로 시작해서,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구상까지 인문주의 운동의 주요 인물들을 쉽고도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14세기부터 16세기까지 유럽을 휩쓴 르네상스 인문주의 운동은 피렌체를 중심으로 이탈리아반도에서 시작하여 점차 유럽 전역으로 확산합니다. 예술과 건축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중세의 신학 중심을 넘어 인간 중심의 새로운 세계관을 형성해 나가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책을 읽다 보면 잃어버린 키케로의 편지도 읽게 되고 마누치오의 인쇄술 발명도 만나고 미켈란젤로의 고전 예술 재해석도 이해하게 되고 마키아벨리와 로마 정치사상도 접하게 되는데, 특별히 목사로서 빼놓을 수 없는 에라스무스와 기독교 인문주의를 접하게 됩니다.

신앙 서적입니다. 이 책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여 개혁의 주체에서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린 한국 교회의 갱신을 르네상스 인문주의 특별히 에라스무스의 사상을 통해 통쾌한 대안을 제시한 배덕만 교수의 기조 논문입니다.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는 헬조선과 개독교, 2부는 르네상스 인문주의와 종교개혁, 3부는 에라스무스, 기독교 인문주의의 상징, 4부는 기독교 인문주의와 종교개혁, 5부는 기독교 인문주의와 한국 교회입니다. 

인문주의(Humanism)는 넓은 의미로 인간의 가치와 존엄을 강조하고 인간의 삶과 조건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두는 사상과 사조를 의미합니다. 좁은 의미로는서양의 근대문화와 지적 전통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 14세기의 르네상스의 휴머니즘을 뜻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르네상스 인문주의를 개척했던 사람들은 진지한 기독교인이었기에 하나님, 교회, 신앙을 부정하지 않았고 도리어 기독교 인문주의자는 종교개혁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래서 신학이 ‘신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문학과의 대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합니다.

에라스무스가 기독교 인문주의의 개척자이자 완성자로 불리게 된 것은 고전어를 연마한 후에 고대 문헌을 교정하는 작업에 온 힘을 쏟았기 때문입니다. 

에라스무스는 ‘자유의지론’이란 저서에서 인간의 자유의지를 인정하면서 성경에 토대하여 도덕적 행위로 표현되는 기독교를 이상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기독교적인 삶을 위해 고대의 지혜와 기독교 신앙의 중재를 추구하고 이러한 생각을 ‘그리스도의 철학’으로 불렀습니다.

인문주의의 본질은 인간에 관한 관심과 존중입니다. 신자유주의 체제에서는 삶 자체가 시장으로 변하고, 모든 것이 상품으로 환원되며 인간의 존재마저 가격이 매겨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는 인간에 대한 인문주의적 가치에 주목하여 이 지옥 같은 현실을 향해 인간의 가치를 회복하라고, 인간을 상품이 아니라 생명체며 인격체로 존중하라고 선언해야 합니다.

배덕만 교수의 마지막 간절한 외침을 잊을 수 없습니다. 

“인본주의의 견제가 없다면, 또는 인본주의와 변증법적 관계를 용인하지 않는다면, 교회가 좋아하는 이른바 신본주의란 인간을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전락시킨다. 하나님이 목적이라는 명제는 신앙인이라면 거부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이 수단이 된다는 이야기와는 다르다. 사람은 교회의 수단이 될 수 없음은 물론이고 하나님의 수단도 될 수 없다. 이것은 신학적으로 매우 중요하다.”(P. 98).

목사들이 모여 함께 책을 읽는 모임인 ‘책삶’(책 읽는 삶)에서 저자 직강으로 강조했던 배덕만 교수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르네상스 인문주의와 종교개혁의 연결고리가 된 기독교 인문주의 특히, 대표적 인물인 에라스무스의 사상으로 헬조선을 향한 인간의 가치를 선포해야 합니다. 근원으로, 성경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단절된 세상과 소통해야 합니다. 신학자와 목회자들이 저항하는 지식인으로 발언해야 합니다!”

더 이상 ‘개독교’라는 말도 듣지 못하는 한국교회를 위해 목 놓아 울고 싶은 이때 에라스무스의 인간 존중 사상으로 세속화와 개혁의 대상으로 타락한 한국 교회가 소생할 수 있는 길을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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