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이 지나면 밝은 새 아침이 오듯이 추운 겨울이 지나면 생명의 계절이 되어 나무는 잎이 돋아나고 얼어붙었던 시냇물이 흐르고 천지는 기쁨과 생명의 부활로 충만하게 됩니다. 

이 봄은 오랜 감옥으로부터 우리의 마음을 해방시켜 들과 숲으로 하늘과 바다로 향하게 합니다. 봄이 오면 우리의 마음은 새의 자유와 꽃의 사랑을 찾아 자연의 안식처로 날개를 펴게 됩니다. 

그래서 호반 시인 워즈워스(William Wordworth 1770-1850)는 봄 하늘에 들려오는 뻐꾹새 소리에 “숲과 나무 사이로 들과 하늘 위”라고 했습니다.

성경도 봄을 여러 가지로 소개합니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은 구약 아가서입니다. 아가서는 봄의 서정시로 가장 감미로운 편지입니다. 

하나님이란 말도 없고 종교적인 향기조차도 풍기지 않는 솔로몬의 연애 시인 아가서를 성서 민족인 이스라엘은 온 민족의 봄을 기념하는 축가로서 불렀을 뿐 아니라 삶의 봄과 생명의 기쁨을 찬미하는 모든 인류에게 희망의 편지로 남겨 주었습니다. “포도나무는 꽃을 피워 향기를 토한다”라고 했습니다

봄은 향기의 계절입니다. 꽃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향기를 토하지 못하면 그것은 인조화에 지나지 않습니다. 꽃의 자랑은 향기요 향기가 동산에 가득 차면 그것은 동산의 자랑입니다. 

장미나 백합은 꽃도 아름답지만, 그 꽃들이 방사하는 향기는 더 아름답습니다. 우리는 어려울 때나 평안할 때나 언제든지 향기를 들어내며 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봄은 주인을 부릅니다. 짝을 부릅니다. 봄의 선물을 주려고 짝을 부릅니다. 또 봄은 생명과 자유를 우리에게 선물로 줍니다. 봄은 우리를 긴 동면에서 다시 일으켜 생명을 불어넣어 줍니다. 자연도 인간도 동결을 싫어합니다. 구속을 싫어하는 것은 우주의 일관된 생리인 것 같습니다. 새싹이 굳은 땅을 헤치고 대기 속에서 활개를 치는 것은 구속에 반발하는 생명체의 자연적인 현상입니다. 

이와같이 인간도 지나친 권위주의, 전통주의, 율법주의 등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를 원합니다. 1970년대를 성직자들의 출애굽 시대라고 불렀습니다. 가톨릭 교회에서는 1970년대에 많은 신부와 수녀들이 성직을 떠났습니다. 1970년 한 해 동안에 수녀 6,500명, 신부 만명이 사직원을 냈으며 수천명의 개신교 목사도 강단을 떠났습니다.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것은 권위주의에 대한 반항이며 성직자를 특종 인간으로 가두어 버리려는 사회와 교회에 대한 항변이었습니다. 눈부시게 피어난 개나리꽃이 봄의 생명과 자유를 자랑하듯 인간들도 체면이니 전통이니 하는 등의 굴레를 벗고 인간 본연의 모습대로 자유와 생명이 넘치는 봄을 맞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100여 년 동안 얼어붙었던 공산주의의 굳은 땅을 깨고 자유의 새싹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봄이 왔습니다. 사랑과 자유 생명과 평화의 선물을 싣고 온 봄을 따뜻이 맞이합시다. 

봄이 가져다주는 이런 값진 선물들을 거절하고 여전히 겨울잠을 자서는 안 됩니다. 겨울도 지나고 비도 그치고 꽃은 만발하여 향기를 토하고 새는 노래하는 이 아름다운 봄을 즐겁게 맞이합시다. 

말할 수 없는 낙망과 불안의 겨울 옷을 미련 없이 훨훨 벗어버리고 가벼운 봄옷으로 갈아입읍시다. 낡은 세계에서 나와 새로운 세계를 향해 하나님과 함께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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