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을 설교하는 방식은 한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 시간까지 살펴 본 폴 스캇 윌슨의 네 페이지 설교 외에도 다양한 방식의 복음설교가 있다. 특히 브라이언 채플(Bryan Chapell)의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는 신학적 깊이와 실용적 유용성을 고루 갖추고 있기에 살펴볼만 하다. 채플은 미개혁장로교회에 속한 커버넌트신학교의 설교학 교수이자 총장으로 재직한 후 일리노이주 그레이스장로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섬겼다. 그는 시드니 그레이다누스 등이 주장한 구속사적 설교(Redemptive-Historical Sermon)를 한 차원 더 발전시킨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Christ-centered Preaching)를 제안했다. 그의 설교 방식에서 핵심은 본문으로부터 타락상태초점(Fallen-Condition Focus, FCF)을 찾아내고 이를 청중의 타락상태초점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설교를 전개해 나가는 것이다.
타락상태초점(FCF)이란 현대 청중들과 본문을 기록하고 들은 사람들 혹은 본문이 다루고 있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인간의 상태이며 그것을 통해 하나님의 구속의 은혜를 드러내는 신학적 초점을 말한다. 해돈 로빈슨은 설교가 본문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고 하는데, 채플은 모든 성경 본문의 궁극적 목적은 인간을 타락한 상태로부터 구원하여 영적으로 온전한 상태로 회복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설교는 인간의 타락한 상태를 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설교자는 FCF를 결정하기 위해서 우선 다음의 세가지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1) 본문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2) 본문에서 다루고 있는 관심사는 무엇인가? 3) 현재의 청중들과 본문 당시의 사람들 사이에 공통점은 무엇인가?
사사기 13장부터 16장까지 기록된 삼손의 예를 들어 살펴보자. 먼저 본문이 말하고 있는 것은 삼손이라는 사사의 일대기이다. 설교자가 주목할 것은 본문이 관심을 갖는 부분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본문이 무엇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무엇을 말하려고 하느냐, 곧 본문의 관심사를 파악해야 한다. 삼손의 내러티브를 단순하게 보면 특별한 능력을 가진 채로 태어난 한 인물이 일련의 잘못된 선택을 하며 비참한 상태로 떨어졌다가 마지막에 괴력을 회복하여 복수하는 이야기이다. 이야기의 플롯은 할리우드 영화를 비롯하여 수많은 이야기들에서 다루는 영웅서사와 같다. 그렇다면 본문은 비극적인 영웅 삼손에 대해 말하고자 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성경의 초점은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이다. 성경은 삼손이라는 영웅의 비극적 인생과 복수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와 회복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사사시대 내내 이스라엘 백성들이 반복하던 범죄-압제(심판)-부르짖음-구원의 패턴을 삼손의 인생을 통해 압축적으로 보여주면서 본문은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가는 삶이 무엇인지 그리고 하나님께서 죄인들을 어떻게 회복하시는지를 보여준다. 삼손의 이야기는 곧 그것을 공유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의 스토리이며, 그것을 읽고 현재를 살아가는 청중들의 이야기이다.
이 세 그룹의 사람들 간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백성들임에도 불구하고 제 소견에 옳은대로 판단하며 언약을 지키지 않고 살아가다가 세상의 유혹에 넘어져 고통 당하고, 후회하며, 부르짖으며, 그리고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받는 타락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자, 이제 설교가 핵심적으로 다루는 FCF의 윤곽이 보일 것이다. 그러나 이를 모두 다루면 설교가 너무 장황해질 것이다. 그러므로 간결하게 다음과 같이 인간의 타락 상태를 명제들로 정리해보자. “어리석은 우리는 하나님의 능력을 잃어 버린다”, “신실하지 않은 우리는 하나님께 돌아선다”,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 대신 세상의 영광을 좇아간다” 등등 다양한 명제들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중 두 번째를 택하면, “하나님은 하나님께 등 돌린 (삼손같은) 우리를 다시 강하게 하신다(삿 16:28)”라는 설교주제문을 만들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