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칼럼> 성폭력 없는 안전한 사회를 위한 길 - 한국성결신문 한국성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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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없는 안전한 사회를 위한 길
[870호] 2012년 10월 02일 (화) 15:35:40 최수산나 부장(한국YWCA) webmaster@kehcnews.co.kr

며칠 전 한 외국인 친구가,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안전한지를 물어왔다. 보통 때라면 어느 나라보다 안전하고 밤거리를 걷는 것이 큰 무리가 없다고 선뜻 대답했겠지만, 요즘 벌어지는 성폭력 사건들과 묻지마 범죄 등을 떠올리며 쉽게 답하기 힘들었다. 끔찍한 사건들이 연달아 보도되고 시민들이 체감하는 두려움과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정당 및 사회 각계와 일반 시민들까지 예방과 대책 마련 요구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성폭력 범죄 발생률이 최근 들어 급증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는 성범죄에 관련한 빙산의 일각이 매체에 의해 외부로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 우리 사회의 성폭력 문제의 핵심은 폭력이라는 단어에서 드러나듯 심각한 폭력성에 근거하므로, 이를 성적인 행위로 취급해서는 안된다. 흔히 피해자의 부주의나 성적 매력을 들추어내며 성폭력을 남성의 본능이나 성욕의 발현으로 인식하는 것은 피해자 유발론을 통해 성범죄 행위를 합리화하는 불순한 시도이다.

이는 또한 대부분의 성폭력이 위계적 권력 및 사회적 분노에 근거하고 있으며, 근저에 여성비하적인 사고가 자리하고 있음을 간과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 이러한 범죄의 근본 원인은 성차별적이고 가부장적이며 폭력적인 문화와 구조에 기인한다. 그렇기에 약물치료나 화학적, 물리적 거세를 대책으로 주장하는 것은 성폭력을 성적인 문제에 국한하게 할 뿐만 아니라, 폭력에 대해서는 관대한 문화를 용인하는 것이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비인도적이고 야만적인 신체형(身體刑)을 정착시킴으로써, 오히려 우리 사회에 폭력 문화를 확대재생산하는 더 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음란물을 대하는 여러 관점들이 있지만, 음란물과 포르노의 정점은 여성을 성적 대상물로 보는 남성중심적 사회의 산물로서, 이중적 성 규범과 여성에 대한 왜곡된 관점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여성과 아동에 대한 폭력성의 관점에서 풀지 않는다면, 음란물 단속은 단순한 문화적 규제에 불과하거나 혹은 표현과 권리를 제한하는 또 다른 폭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따라서 성범죄를 개인적 문제로 한정지으며 위험 부류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합의를 추동해나간다면, 그것은 예방 차원에 대한 사회와 국가의 책임 방기이다. 잔혹한 형벌로 엄벌주의를 강화하여 잠재적 범죄자들을 위축시키는 것은 경고의 효과는 있을지 모르나 일시적인 요법일 뿐, 성범죄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물론 성범죄에 대한 강력한 대응 및 양형 기준의 강화, 성범죄자의 재발 방지 대책의 실제적 운영과 집행 여부에 대한 감시가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안전망 확충을 통해 여성과 아동, 장애인 등 폭력에 노출되기 쉬운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열악한 상황에 관심을 갖고 촘촘한 지역 보호망으로 성범죄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다. 더불어 기존의 시민 안전 인프라를 내실 있게 운영하며, 공부방, 쉼터 등을 통해 방치되는 아동과 청소년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끈끈한 유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지역 공동체가 지역 사회의 안전을 돌보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 교단과 교회들의 역할이 있다. 지자체 및 지역 내 기관들과 연계하여 무관심과 방임 속에 고립된 아이들을 찾고 동네 책방이나 공부방 등을 통해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해주며, 일반 및 청소년 대상의 성평등 및 인권 교육을 실시하여 성서 내 평등의 가치를 재발견하도록 돕고, 지역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음으로써 지역 공동체 안전망 형성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또한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을 위한 지원과 시설 제공, 전문가를 활용한 심리적·영적 치유 등을 병행할 수 있다.  

안전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위해 우리는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까. 시민들의 자유마저 담보로 하며 보복과 응징의 해결을 권장하는 공포정치의 사회를 향해갈 것인가. 아니면 믿고 기댈 수 있는 사람과 조직을 만들어주며 평등 가치를 실현하는 평화로운 사회를 이루어갈 것인가. 성폭력의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해결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예수를 따르는 우리에게 답은 확실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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