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차례에 걸쳐 태풍이 할퀴고 간 들녘에는 가을이 영글어가고 있었다. 극복의 미학을 보는 듯 우리의 강산은 황금빛 풍요를 향해 결실의 가을을 단장하고 있으니 그 자연의 경외를 무엇으로 찬양할 수 있을까. 논산 연무대 진중세례식을 위해 동역자들과 함께 고속도로를 달려가는 나의 나들이는 가볍고 즐거웠다.

나는 일 년에 한 번씩은 꼭 육군훈련소 연무대 군인교회에서 거행하는 장병 세례식에 다녀온다. 군선교후원회 회원으로 헌신하며 섬기던 버릇이 이제는 나의 골수에 박혀 중독이 된 셈이다. 우리 교단이 기꺼이 이 행사를 감당하며 치르기 시작한 것도 벌써 10여년이 넘었으니 내가 느끼는 소회도 남다르다.

오늘은 훈련소 개소 이후 403회째로 3000여명의 장병 합동 세례식을 두 시간에 걸쳐 베풀었다. 이제 막 입대하여 조국에 충성하려는 의지에 불타는 신병들을 껴안아주고 격려하며 세례의 축복을 나누는 우리는 이 시대의 그리스도인으로서 대단한 헌신과 충성을 하나님께 드리며 국가에 바친 것이다.

군 복음화와 신앙전력화란 명제는 우리 교단에도 큰 숙제로 남겨졌었다. 총회가 크게 관심을 가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군선교후원회를 만들고 그 숙제를 풀려고 하였다. 타 교단이 앞장서서 시행하는 사역에 우리교단의 출발은 좀 늦었다. 초헌신적인 모습으로 충성하며 기초를 다진 초대회장 박태희 목사님 이후 여성삼, 홍순영 목사님으로 이어지는 후원회의 조직이 점차 단단하여지고 여러 가지 행사를 통하여 힘을 비축할 수 있었다.

군종 목사님을 돕던 군목부로 지탱하던 교단 총회도 후원회의 역할에 자극받아 군선교부로 명칭을 바꾸어주고 지원하는데 관심을 늘리게 되었다. 초창기부터 조직의 열세 그리고 빈약한 헌금으로 그 많은 사역들을 감당하며 어려운 살림을 이어가던 이들에게는 격세지감을 감출 수 없는 무량함으로 남아있다.

육군훈련소 장병세례식은 단번에 많은 사람들에게 세례예식을 베푼다는 특징이 있다. 금년에는 7000명의 장병에게 동시에 세례를 주어 기네스북에도 올랐다하니 그 거룩하고 장엄한 광경은 보지 못한 이들에게는 이해시킬 표현이 모자랄 것이다.

군인답게 질서와 절도가 정연하고 수천 명의 장병들이 가장 짧은 시간에 수세를 받는다는 것은 기독교 한국에서만 가능한 거룩한 사건이다. 소위 큰 교단만이 감당하던 사역을 우리 교단도 그 행사를 감당하겠다고 나섰을 때 과욕이라 했으나 우리는 군선교후원회를 중심으로 뭉치고 단합해서 어려움을 극복하며 이뤄낸 것이다. 그 주역들이 대부분 은퇴하거나 투병 중에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세월의 무상함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 진중세례식에는 우리의 기쁨을 더하는 일들이 있었다. 현 회장 홍순영 목사님이 현역시절 군종 참모로서 전설적인 활동을 하였다는 후배 군종목사님들의 존경어린 고백, 서대문교회 황인무 장로님이 육군 교육사령관으로서 세례식 격려사를 맡아 같이 참여한 일이다.

또 훈련소 소장도 장로님으로 동참하였으니 별 다섯 개가 번쩍번쩍 하는 빛나는 세례식을 하나님께 드렸고 우리는 위대한 기독교대한성결교회의 한 가족 된 자부심을 비로소 가질 수 있었다. 하나님께 고마운 감사와 영광을 돌리고 싶다.

나의 소회는 망각의 축복 속에 묻혀있다. 세종문화회관 열린음악회를 통하여 군선교후원회를 열심히 알리려 했던 회장님의 열정, 최선의 노력으로 우리 후원회를 격상시키고자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중도 낙마하신 모 회장님, 후원회를 반석위에 세워놓고 총회임원에 도전했으나 실패하여 회원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모 회장님 등의 일은 파노라마처럼 나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영욕을 함께한 군선교후원회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제는 군선교후원회도 군선교위원회로 군목부는 군선교부로 명칭을 바꾸며 총회의 굳건한 종속기구로 존재한다. 우리 교단 총회장님이 그 많은 장병들 앞에서 세례 받을 당위성을 설파하고 축복하며 기독교대한성결교회의 위상을 높이는 성실하고 거룩한 모습은 통일의 그날까지 영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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