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 잘 하려면 나부터 잘 파악해야”
모두가 하고싶은 말만 하기에
대화는 안되고 갈등만 깊어가
서로 공감 제대로 하고싶다면
충고-조언-평가-판단하면 안돼

세상이 갈등으로 가득하다. 정치·사회적 갈등은 갈수록 극단으로 치닫고, 사람들 사이에도 소통보다는 단절, 이해보다는 갈등이 더 많아지고 있는 듯 보인다.

이런 가운데 최근 신촌교회에 3주 과정의 ‘경청학교’가 문을 열었다. 사람들 사이에 얼마나 소통이 안되면 경청학교를 만들었을까 궁금증이 생겼다. 

강의를 맡은 상담전문가 정보라 박사(건신대학원대학교 상담학 교수)는 “예전에는 성도들 사이에 깊은 교제와 상담이 잘 이뤄졌었는데, 요즘엔 교회 안에서 자기 얘기를 자세하게 안 하는 게 점점 미덕같이 되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경청은 사실 모든 성도가 가져야 할 역량이기 때문에 교회가 그걸 잘 실행할 수 있게 권면하고 가르쳐야 한다. 그래서 경청학교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 박사는 “대체로 갈등의 원인은 각자가 하고 싶은 말 만하기 때문이다. 서로의 의견이 중간지점에서 만나야 되는데 만날 기회를 주지도 않고, 빼앗기지만 않으려고 하니 갈등이 생기고 악화되는 것이다”라며 “경청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갈등의 해결책이 되는 ‘경청’이란 무엇일까? 정 박사는 “신앙인이 온전한 통합을 경험하는 방법 중 하나가 경청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누가복음 5장의 베드로는 예수님께 배를 빌려 드리고 가까이에서 그물을 씻는 동안 그 말씀을 경청했고, 예수님은 ‘저는 죄인입니다’라는 베드로의 고백을 들으시고 그 사람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시면서 제자로서 살도록 새로운 소명을 주셨다. 여기에 경청의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정한 ‘경청’이 무엇인지 알고 행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정 박사는 “사람들은 경청을 상당히 수동적인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무조건 몇 시간씩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 경청이 아니다”라며 “경청은 내가 누구인지, 삶의 의미가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있도록 말하는 이와 듣는 이 모두에게 힘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청은 단순히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경청할 수 있을까? 정 박사는 ‘나부터 파악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청하려면 스스로 경청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나 자신을 충실하게 지키고 있는지 살펴보는 작업 없이는 경청하기 어렵다”며 “형사처럼 질문한다면 경청이 아니다. 말하는 이의 사정을 찬찬히 이해하고자 한다면, 공감적 경청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박사는 “공감적 경청은 어림짐작해서 상처를 주지 않고, 사람들 사이의 경계와 울타리를 이해하는 경청”이라며 “내 역량과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 느껴야 설명이나, 설득하려 하지 않은 공감적 경청을 할 수 있다. 조언하기 보다 그저 옆에 있어주며 꾸준히 너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하고 힘을 실어주는 것이 공감적 경청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 박사는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의 책 『당신이 옳다』에 나오는 ‘대화할 때는 충고나 조언, 평가나 판단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공감을 위한 실천방법으로 제시했다.

정보라 박사는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와 신학대학원(M. Div)을 졸업하고 미국 에모리대학교(Ph. D)에서 목회상담과 실천신학을 공부했다. 현재 건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또한 신촌교회 협동목사로 신촌가정상담소 상담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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