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돈은 갓 개척된 수정교회에서 첫 목회사역을 시작했다. 신학교 재학 중에 30여 명이 모이는 교회의 담임전도사로 부임한 것이다. 장로 한 명과 집사 서너 명이 교회를 개척하겠다는 일념으로 하나 된 교회였다. 교회는 신학교 재학 중인데도 목회를 모두 전도사에게 위임하고 전적으로 협력해 주었다. 하나같이 몸도, 마음도, 시간도, 물질도, 정성도, 교회 개척을 위해 전심했다. 한 가지 목표를 위해 함께 연합하는 교회, 이보다 더 은혜롭고 복된 공동체가 어디 있겠는가!
이처럼 교회는 교역자나 직원들이나 함께 고생하자고 하는 마음으로 묶여 있었다. 그 덕분에 이 전도사는 생활이 정말 어려웠지만 전혀 불만을 모르고 감사할 수 있었다. 교회 분위기가 그렇게 만들어주었다.
한번은 이 전도사 부부가 호떡 4개로 식사를 해결하게 되었다. 상위에 2개씩 나눠 올려놓고 식사기도를 드렸다. 전도사는 그것도 감사해서 감사한 마음으로 기도하는데, 아내가 기도 중에 눈물을 닦고 있었다. 십자가의 길을 예상하기는 했지만, 너무 어려운 생활형편으로 고이 묻어두고 싶었던 마음의 눈물이 밖으로 흘러나왔던 것이다. 천막 끝에 흙벽돌로 방 한 칸을 만들어 사용하는 사택의 모습은 또 얼마나 초라한지. 비가 오면 연탄 아궁이에 물이 고여 추운 겨울에도 며칠 동안이나 연탄을 피우지 못해 고생해야 했다.
개척교회라 한 주간의 성미도 다 채워주지 못해 목요일 저녁이 되면 성미가 떨어지곤 했다. 그래서 이 전도사는 기숙사식당 아주머니에게 누룽지를 부탁해서 그것으로 식사를 대신하곤 했다. 한번은 누룽지 보따리를 들고 기쁜 마음으로 언덕길을 올라가고 있었다. 그런데 오토바이가 지나가면서 누룽지 보따리를 치고 가는 바람에 아래로 떨어져 굴러 내려갔다. 이 전도사는 그것을 잡으려고 뛰어 내려가다가 가난에 대한 서러운 마음을 처음 경험하고 눈물을 닦기도 했다.
이 전도사는 신학생이지만 교회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천막 지붕에, 판자로 벽을 세운 초라한 예배 처소였지만, 예배는 늘 생동감이 넘쳤고 감격스러웠다. 그런데 이 전도사의 마음을 어렵게 하는 일이 있었다. 밤이면 불량배들이 교회의 천막지붕에 커다란 돌들을 던져놓는 것이었다. 아침마다 그 돌을 끌어 내리려면 기진맥진할 정도로 힘이 들었다.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매일 같이 천막 위의 돌을 끌어 내린다는 것도 체면이 서질 않았다. 직원과 신자들이 힘을 모았지만, 보따리 장사, 튀김 장사, 노점상들이 많아 천막지붕을 교체할 만한 능력이 되지 않았다. 이런 일로 담임교역자의 마음은 매우 속상하고 아팠다.
고민 끝에 이 전도사는 시골의 아버지께 도움을 구하기로 했다. 기도로 준비한 후 아버지를 찾아 뵙고 용기를 내어 개척교회의 어려운 사정을 말씀 드리고, “한 번만 도와 달라”고 어려운 부탁했다. 꺼내기가 쉽지 않은 부탁이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아버지가 흔쾌히 승낙하시고 논 300평을 팔아 내주셨다. 신학교에 들어갈 때 완강히 반대하다가 어렵게 허락하시던 아버지와 교회를 위해 기꺼이 헌금을 드리는 아버지의 모습은 전혀 달랐다.
이 전도사는 그 헌금으로 지붕의 천막 위에 서까래를 더 촘촘히 세운 후 양철지붕으로 바꾸었다. 풍금도 사다 놓았고, 주변을 축대로 보완하는 공사까지 마치게 되어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 그리고 부모의 믿음과 사랑을 깨닫고 하나님께 깊은 감사를 드렸다. 이후 교회는 30명이던 신자가 80여 명으로 성장했고 집사도 14명으로 늘어났다. 이 전도사의 증언에 의하면, 300평의 논을 팔아 개척교회를 돕자, 훗날 하나님은 800평이 넘는 농지로 아버지에게 갚아주셨다고 한다. 기대하지 않았던 하나님의 넉넉한 은혜였다. 어떤 보상을 기대하고 행한 일은 아니었지만, 하나님은 더 큰 것으로 보상해 주셨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