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로 주신 아름다운 산과 숲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축복이 열려있다
건강한 목회자는 영-혼-육의 전인적인 균형이 잘 갖추어진 사람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목회자가 영적으로 말씀과 기도를 소홀히 하거나 또는 육적으로 운동과 건강관리를 소홀히 하다 보면 어느 때 큰 어려움에 빠지는 경우가 있는 것을 본다. 무릇 그리스도인은 영육의 건강을 힘써 도모해야 함이 마땅하다.
어느 친구목사는 아내의 건강을 위해 우리나라 100대 산 등반을 마쳤다고 들었다. 대단한 도전정신이다. 특별한 아내사랑과 더불어 등산을 통해 얻었을 유익이 얼마나 많았을까를 생각하면 참 부러운 마음이 든다.
산에 오르면 단조로운 일상과 다른 감각들이 일제히 살아난다. 나무와 숲이 보이고 푸드덕 날아가는 새들의 날개소리를 듣고, 봄철과 가을이면 수많은 작은 들꽃들의 향기를 만난다. 눈을 들어 먼 산봉우리를 바라보면 “나의 도움이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로다” 는 시편기자의 심정이 가슴으로 다가온다.
등산을 하다보면 바위와 어울려 있는 여러 종류의 나무들을 만난다. 찔레같이 키 작은 덩굴나무와 소나무 참나무 굴참나무 등 키 큰 교목(喬木)들도 만난다. 고도에 따라 종류도 제각각이다. 겨울 낙엽송의 한적한 숲은 솔바람에 떨어진 갈색 솔잎이 가득하다. 같은 소나무이지만 겨울에 잎을 떨어뜨리는 나무가 낙엽송이다. 그런가하면 전나무나 금강송 등 추운 겨울에도 잎이 청청한 나무들이 있다. 옛 시인은 시류에 따라 지조를 꺾으라는 유혹에 맞서 자신을 낙락장송으로 비유하기도 했다. 죽어서도 한 임금을 섬기겠다는 정몽주 이야기이다.
산은 때에 따라 주인공을 바꾸어 내세운다. 어느 때는 연두 빛 초록으로, 어느 때는 붉게 물든 단풍으로, 어느 때는 눈을 가득 안은 설산으로, 이제 눈 덮인 설산은 또 봄꽃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모양을 바꿀 수 없는 것이 바위이다. 언제나 사시사철 변함없는 그 모습을 보고 주님은 베드로에게 네 그 바위(페트라)위에 나의 교회를 세울 것을 말씀하신 것이다. 사실 성지순례 해설사들은 예루살렘이 하나의 거대한 바위위에 건설된 도시라고 설명하고 있다.
산은 건강에도 유익하다. 오르막길엔 땀과 심호흡을 통해 호흡기 혈액순환과 물러진 다리의 근육에 긴장감을 키우고, 내리막길엔 한 걸음 한 걸음 삶의 조심성을 일깨운다. 그래도 산은 정상에 가야 제멋이다. 정상에서만 볼 수 있는 조망이 있고 저 너머 또 다른 산, 산과 산이 이어진 풍경은 눈을 시원하게 하고 답답했던 일상을 관조(觀照)하게 한다. 예수님은 왜 제자들과 같이 높은 산에 오르셨을까 예수님도 등산을 좋아하셨을까 우리의 어느 산이 그 격에 맞을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이름 있는 산도 좋지만 주님 만나기 좋고 모세도 엘리야도 만날 수 있는 기도하며 묵상하기 좋은 곳이면 그곳이 그 높은 산의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존재의 의미에서 나의 소중함을 세상 무엇에 비할 수 없다. 그러나 산과 숲에서는 나만큼이나, 그러나 나와는 정말 다른 다양하고 소중한 존재들을 만난다. 바위도 나무도 같은 모양의 것은 없다. 종류도 모양도 특징도 다른 것들이 어우러진 곳이 산이고 숲이다. 똑같지 않은 교회, 다양한 특징을 가진 목회자와 성도 다 귀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가르치는 숲학교, 산학교이다.
우리나라 산의 주된 암석은 화강암이다. 덕분에 계곡과 옹달샘마다 깨끗한 물을 만난다. 화강암을 기반으로 이루어진 산과 골짜기는 창조과학 입장의 지질학으로 보면 홍수시대의 격변기를 겪은 모습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노아 홍수 때에 땅은 뒤집어져 솟아오르고 가득 찼던 물이 빠지면서 이런 산과 골짜기가 형성되었겠구나 생각하면 바위 하나 언덕 하나가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누가 홍수를 위하여 물길을 터주었으며”(욥기38:25).
성경의 사람들은 광야에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을 만났다. 아브라함과 이삭 야곱, 모세가 그러했고, 아라비아에서의 바울도 그러했다. 그러나 그 사막은 우리에게는 너무 멀리 있다. 우리는 사계절의 산야, 봄의 연두빛 초록과 가을단풍, 눈부시게 빛나는 겨울 산, 골짜기마다 맑은 물을 머금고 너무 쉽지도 너무 어렵지도 않은 겹산이 줄지어 있는 곳에 산다. 사막에서만이 아니라 하나님이 선물로 주신 이 아름다운 산과 숲에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을 만나는 축복이 우리 앞에 열려 있다. 산이 우리를 그 품으로 초대하고 있다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자야 일어나 함께 가자”(아가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