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초 공직 생활을 함께했던 후배한테서 연락이 왔다. 공직을 정년퇴직하고 4월에 목사 안수를 받아 흑산도에 있는 교회로 취임하게 되었다고 했다. 

늘 마음 속에 담아왔고 그리워 했던 흑산도에 있는 교회라는 말에 얼른 핸드폰을 열어 앱 지도로 목사님이 말하던 “흑산진리교회”를 검색했다. 위치와 교회 사진이 내가 그리던 그때 그 교회였다.

벌써 46년 전 일이다. 가정 형편으로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비관에 젖어있던 나는, 세상과 사람이 싫어 2년간 저인망 어선의 선원이 된 적이 있다. 어린 나이에 배를 탔던 나는 동료 선원들의 심한 구박과 배멀미에 시달려도 그것들은 견딜만 했다. 어린 마음의 아픔보다 덜 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배에서도 그런 생각을 떨쳐버리려 힘든 일을 자청해서 처리하며 자신을 스스로 학대하고 있었다.

추운 겨울에는 서해 백령도, 연평도 바다에서 NLL 북방한계선을 따라 이동하며 홍어를 잡았고, 더운 여름에는 중국 해경 경비함정의 눈치를 보며 동지나 해역에서 갈치를 잡았다. 

그날도 홍도 앞바다에서 홍어잡이를 하고 있을 때, 태풍의 영향으로 파도가 점점 높아져 어로 작업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인근 바다에서 조업을 하던 어선들은 가까운 섬 흑산도로 피항을 하게 되었다. 우리 배도 흑산도에 입항하게 되었고 나는 뱃머리에 서서 아스라이 보이는 섬 속에서 교회를 찾았다. 멀리 작은 언덕 위에 작은 교회의 십자가가 눈에 들어왔다. 

입항해 보니 부둣가에는 온통 홍등으로 불을 밝히며 파시를 이루고 있다. 배를 부두에 결박했다. 선원들은 단골 술집으로 찾아 들었고 나는 가방에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테두리 빨간 성경책을 꺼내 십자가가 보였던 그 교회로 향했다.

교회는 포근하고 소담했다. 무릎을 조아리고 젊음을 이렇게 보내야 하는 자신을 한탄하며 하나님께 부르짖었다. 하나님은 진솔한 눈물과 방언을 선물로 주셨다. 얼마쯤 지났을 때 머리에 얹혀진 목사님의 따스한 손길이 느껴졌다. 생선 비린내 가득한 츄리닝을 입고 애절히 기도하는 젊은이를 위해 기도해 주셨다. 

평생의 힘이 되는 말씀도 주셨다. “강하고 담대하라 하나님은 네 하나님이다” 하셨다. 그 말씀은 어려운 시절과 고비를 넘어서는 내 삶의 푯대가 되고 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장로가 되어 인천의 한 교회를 섬기고 있다.

얼마 전, 지방회 장로님들과 식사를 하며, 흑산도 교회를 방문할 계획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그리고 흑산도 목사님으로부터 전해 들은 열악한 교회 시설을 이야기 했다. 모였던 여섯분의 장로님들은, 공무원을 정년퇴직하고 사명감으로 섬 교회를 찾아 늦깎이 목회를 하시는 목사님은 도와드려야 한다고 했다. 일사천리로 그 자리에서 모금을 해 주셨다. 빔 프로젝트, 찬양 반주기, 스크린을 새것으로 지원할 수 있었다.

지난달 흑산진리교회를 방문해 수요 간증예배를 인도할 기회를 주셨다. 육지와 멀리 떨어진 섬에서 70년간 믿음의 역사를 함께하며 복음을 전한 교회와 성도님들을 감사하며 칭찬했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