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마다 교수신문 에서 설문 조사하여 선택하는 <올해의 사자성어>에 1,086명의 응답자 가운데 41.4%(450표)를 얻은 ‘도량발호(跳梁跋扈)’가 2024년의 정치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사자성어’로 간택(揀)되었다. 12월 2일까지 진행하여 완료한 뒤 발표한 “권력이나 세력을 제멋대로 부리며 함부로 날뛰는 행동이 널리 퍼져있다”라는 뜻의 이 사자성어는 12.3일 선포된 계엄령에 대한 예언적 선택이 되었던 것일까.

▨… 도량발호를 추천한 정태연 교수(중앙대 심리학)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헌법 제1조 제2항을 언급하면서,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선용하여 국민의 안위와 행복을 위해 노력하고 봉사해야 함에도, 권력을 사유화한 세력이 특권을 남용하고 악용하면서 오히려 국민의 뜻, 국민만 보고, 국민은 옳다는 위선적인 말을 남발하는 이중성을 지적하기 위해 이 말을 추천하였다고 한다.

▨… 장자가 혜자에게 말한다. “선생은 너구리나 살쾡이를 본 적이 있겠지요. 닭이나 쥐를 노려 이리저리 날뛰다가(東西跳梁), 높고 낮은 데를 가리지 못해 덫에 걸려들거나 그물에 걸려 죽지요(莊子. 逍遙遊).” 한나라 때 양기는 두 번에 걸쳐 어린 조카를 임금으로 세워 20년의 세월 그 횡포가 통발을 차고 뛰쳐나온(跋扈) 물고기 같아 아무도 그를 제어할 사람이 없었다. 얼마나 두려웠으면 신하들과 마주한 자리에서 조카 질제(質帝)가 “이분이 발호장군(跋扈將軍)이로군” 했을까. 

▨… 사람은 누구나 17세의 고등학생 정도로 자랄 때까지 이백만 명의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운을 읽는 변호사. 니시나카 쓰토무). 이 사실을 기억하면 겸손하게 되고 무한히 감사하게 된다. 자기의 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사람들이 정상에서 추락을 경험할 때 “왜 내가?”라고 질문하며 “재수가 없어서” 라며 남 탓만 하지 않는가.

▨… 도량발호를 선택한 교수들은 대통령 부부의 국정농단, 권력남용, 검찰 독재, 굴욕적인 외교, 국민의 삶에 대한 무관심, 비선과 미신적인 역술인에 의한 국론 분열 등을 이유로 꼽았다. 정지훈 교수(경기대 서예학과)는 벼루에 갈아서 하룻밤을 묵힌 먹(宿墨)을 붓에 담아 예서체로 이 사자성어를 썼다는데 초묵(焦墨)에 비해 먹의 찌꺼기가 있지만 숙성되는 시간의 영향으로 탁하지 않고 도리어 맑고 고우며 화면에 색다른 맛이 더해졌다고 한다. 탄핵 이후 새 그림을 그리기 위해 우리 모두도 하룻밤 더 묵힐 숙성의 기회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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