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9명 돌보다 이젠 어린 영혼 돌보죠”

인간극장 방영 14남매 중 다섯째
어려서 언니-오빠들 따라서 교회
단기선교 등 통해 놀라운 은혜
바로 밑 여동생과 함께 근무도

백암교회 사역이 원활하게 흘러가도록 혈관의 역할을 감당하는 어벤져스가 있다. 김미영 청년(28살 · 사진)을 비롯한 9남매 형제자매들이다.


2010년과 2014년 KBS TV ‘인간극장’에서 ‘흥부네 11남매’와 ‘돌아온 흥부네’로도 소개된 자타공인 용인시를 대표하는 대가족이다.

14남매 모두 어릴 때부터 백암교회에 출석해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세월이 흘러 가정을 꾸리거나 직장 등의 이유로 백암면을 떠난 경우를 제외하고, 현재 9남매가 청년부부터 아동부에 이르기까지 교회 곳곳에서 크고 작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김미영 청년은 14남매 중에서 다섯째다. 시작은 단순했다. 일요일마다 교회 차를 타고 다니는 오빠와 언니가 부러워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지만, 이제는 동생들의 신앙 상담을 도맡아 하는 멘토이자 영적인 부모가 다 됐다. 

신앙의 터닝포인트도 21살 때인 2017년 일본으로 떠났던 단기선교였다. 처음엔 교회에서 단기선교를 간다고 광고했을 때 시큰둥했다. 결정적으로 재정이 넉넉하지 않았다. 

대가족에서 다섯째로 살아오면서 용돈을 받기보다는 일찍부터 아르바이트에 눈을 떠야 했고, 내 것을 가지기보다는 양보하는 삶이 익숙했다. 현실적으로 상황과 환경만 놓고 보면 갈 수 없었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기도편지를 써서 주변 동역자들에게 도움을 구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필요한 경비를 채워주신 것이다. 

“워낙 대가족이라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고, 다섯째이다 보니 항상 우선순위가 밀려 있는 소외감이랄까, 상실감으로 방황도 했었어요. 신앙의 중심이 제대로 서 있지 못했던 시기에는 놀러 다니는 게 좋고 사람들에게서 애정을 채우려다 보니까 교회도 빠지려고 노력을 엄청나게 했죠. (웃음) 그런 제가 영적인 욕심이 생길 정도로 일본과 캄보디아 선교를 통해서 받은 은혜가 너무나 컸어요.”

최근에는 교회에서 진행 중인 성지순례 프로젝트를 위해 큰 결단도 했다. 백암교회는 올해 이스라엘로 성지순례를 준비했지만, 최근 급변하는 중동 이슈로 인해 장소 변경은 물론, 시기도 내년으로 미뤄야만 했다.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은 김미영 청년에게도 숙제를 남겼다. 직장을 구할지 남은 시간 동안 교회 사역을 도우며 성지순례를 준비할지 선택의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일말의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담대하게 후자를 골랐다. 늘 부족함이나 넘치지 않게 채워주시는 하나님을 신뢰하기에 할 수 있었던 선택이었다.

실제로 하나님이 응답하기도 했다. 백암교회에서 운영 중인 백암지역아동센터 돌봄교사로 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루 4시간을 일하는 파트타임 근로자이지만 만나와 메추라기로 이스라엘 백성들을 인도하셨던 것처럼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게 차근차근 성지순례를 준비하면서 기본적인 생활과 교회사역을 감당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셨다. 더불어 최근 아동센터에서 정식 교사로 일하고 있는 바로 밑에 여동생과도 같이 일할 수 있게 됐다. 모든 게 은혜였다.

돌봄교사로서의 생활은 사역의 지경을 넓히는 계기도 됐다. 센터를 다니거나 학교 앞 전도에서 만나는 백암초등학교 아이들과의 관계가 깊어지면서 아이들의 상황과 환경에도 늘 관심을 두게 된 것이다.

“요즘에는 만나는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어요. 최근에 다락방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전도하는 걸 알게 됐는데, 아이들이 다락방과 마주치지 않도록 퇴근하는 길에 집에 데려다주고 있어요.”

올해 청년부 회장도 맡고 있는 김미영 씨는 백암교회에선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수요·금요예배 찬양인도부터 학생부 선생님까지 몸이 두 개라도 바쁘다. 동생들도 그를 따라서 아동부·학생부·아동부·유초등부 (보조)교사, 찬양팀, 청년부·학생부·아동부 임원 등을 맡으며 백암교회와 백암면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에 일꾼으로서의 사명을 감당하고 있다.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 잠언 4장 23절을 늘 묵상하는 김미영 씨에게는 변하지 않는 한 가지 기도제목이 있다. 바로 가족의 구원이다. 타지에 나가 있는 형제자매들이 그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좋은 공동체를 만나 신앙생활을 다시 시작하고, 교회에는 도통 관심을 가지지 않는 부모님도 믿음의 사람이 되길 소망하고 있다.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는 가정을 이루는 게 비전이에요. 동생들도 신앙 안에서 바르게 자라나서 하나님께 귀하게 쓰임을 받고 백암교회를 섬겼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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