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서는 사람에게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다. 이것이 인간이 여타 피조물과 확연히 구별되는 차이점이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그분의 아름다움을 사모하는 영혼에게 만족을 주시며 주린 영혼에게 좋은 것으로 채워주신다(시 107:9).
그해 겨울 은산교회에서 부흥회가 열렸다. 이병돈 학생은 그 부흥회에서 은혜를 받아 기도의 사람이 되고 신앙생활에 큰 변화를 경험하는 기회로 삼고 싶었다. 그래서 비록 서툴렀지만 기도로 은혜를 사모하며 준비했다. 부흥회가 시작되자, 새벽과 오전 그리고 저녁 집회에 가장 먼저 참석했다. 늘 앞자리에 앉아 첫날부터 하나님의 체험을 간구했다.
마침내 그에게 은혜의 시간이 찾아왔다. 목요일 새벽이었다. 부흥회 강사가 이 시간에는 우리 모두가 회개하는 아침으로 삼자고 강조했다. 목사도, 장로도, 평신도도 다 회개하라고 권했다. 신앙 그리고 통성으로 기도할 것을 촉구하면서 계속 회개를 강조했다. 기도가 시작된 지 3분도 되지 않아 이곳저곳에서 회개의 울음소리가 터져나왔고, 복받치는 회개의 소리로 그날 아침 온 교회가 눈물바다가 되었다. 은산교회가 처음으로 영적인 각성과 부흥을 경험하는 큰 회개와 은혜의 경험이었다.
이병돈 학생도 예외가 아니었다. 통성기도가 시작된 지 5분쯤 되었을 때부터 이마 속에 눈물주머니가 있는 것처럼 눈물이 주룩주룩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 기억나게 하시는 성령의 조명을 따라 깨달아지는 잘못에 대해서 아주 심각한 죄책감과 함께 통곡하며 영혼에 깊이 박힌 죄악을 토설했다. 30분이 지나도 회개가 그칠 줄 몰랐다.
“과일밭에서 과일 서리했던 일, 땅콩밭에서 땅콩을 한 가방씩 뽑아 구워먹던 일, 주일을 범한 일, 부모에게 불효했던 일, 친구에게 명곡집을 빌려 왔는데 친구가 빌려 준 것을 잊어버리자 친구의 이름을 지워버리고 내 이름을 써서 내 것으로 삼아 책꽂이에 꽂았던 일, 옆집에서 펜치를 빌려 왔는데 주인이 빌려준 것을 모르자 2년 동안이나 내 것으로 삼아 사용했던 일들이 깨달아지면서 그렇게 큰 회개를 부끄러운 줄 모르고 계속 울면서 고백하게 되었다.”
그 아침 새벽기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이병돈 학생의 마음은 마치 날아가는 것 같았다. 그렇게 행복한 감정은 생애 처음이었다. 온 세상과 만물이 그를 축하하는 것 같았고, 새로운 세상에서 태어난 듯한 감격스러운 아침이었다.
참된 회개에는 보상이 따르기 마련이다. 이병돈 학생은 회개한 후 환원할 수 있는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그는 “명곡집을 친구에게, 펜치는 옆집에 돌려주었고, 주인을 찾아줄 수 없는 것은 회개헌금으로 하나님께 드렸다.” 그때의 감격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은혜의 기억이 되었다. 하나님께서 심비에 또렷이 새겨주신 성령의 인치심이었다.
이병돈 목사는 훗날 그 은혜의 체험과 변화를 이렇게 회고했다. “나는 이 부흥회를 통해 거듭나는 체험과 함께 죄 사람의 확신을 갖는 은혜를 경험하게 되었다. 예수님을 영접하므로 구원받아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소속변화가 일어난다. … 성경을 읽어도 성경 말씀에 대한 이해력이 생기고 그 말씀이 밝아오는 것을 학생인데도 느낄 수 있었다.”
회개의 은혜 체험과 함께, 이전에 그에게 수치감을 안겼던 기도의 문도 열리게 되었다. 이후 10분 기도하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되었고, 대표기도든 개인기도든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기도할 수 있게 되었다. 기도의 깊이가 달라졌고, 중보 기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되었다. 중생의 은혜를 체험 후, 한동안 “그렇게 기도하고 싶었고, 또 기도시간을 계획적으로 마련하고 기도에 집중하는 은혜도 경험할 수 있었다. 얼마나 기도하고 싶던지 친구들을 만나는 것을 의도적으로 피했고, 또 열심히 기도하다 보면 내 힘으로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힘이 나를 돕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때부터 기도하는 것이 전혀 힘들지 않았다.”(이병돈. 하나님이 맡긴 하나님의 사역 . 56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