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사태로 온 국민은 큰 충격을 받았다.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 해제를 가결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유혈 사태 없이 일단락됐지만,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충격이 온 나라에 격랑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잖아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지속되고,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고, 안보도 날로 위태로워지고 있는 온 국민이 힘과 지혜를 모아도 어려울 판에 이런 정변 사태라니, 땅을 칠 노릇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낳은 후유증과 혼란은 이제부터 시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벌써 금융시장이 급락하며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더 커지고 있다. 국가의 대외 신뢰도 무한 추락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정치권도 요동치고 있다. 대통령을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내란죄의 혐의로 수사를 받거나 탄핵당할 위기에 처했다. 국회도 탄핵을 놓고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라 저마다 언성을 높이고 있지만 정국의 주도권 쟁탈전에 빠져 국익인 뒷전이다. 나라를 걱정하는 많은 시민들은 또다시 탄핵을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 이 사태가 신속히 마무리될 가망도 보이지 않는 데다가, 어떤 식으로 마무리되든 국민 화합과 경제 및 국가 신인도 등에 치명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럴 때일수록 온 국민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대통령은 위헌적인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정치적,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안정된다. 정치권도 탄핵 문제에만 매몰돼 정쟁만 일삼다간 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헌법적 권한을 포기하지 말고 하루속히 탄핵정국을 헤쳐나갈 지혜를 모아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대승적인 정치력을 보여주어야 할 때가 아닌가.

우리는 이미 두 번의 탄핵 정국을 경험했다.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저력이 우리 국민에게 있다. 국민 대다수의 생존과 직결되는 경제와 안보만큼은 빈틈이 드러나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선 기독인들은 먼저 깨어서 기도할 때다. 기독교계는 이러한 혼란과 갈등 속에서 무겁게 중심을 잡고 국가의 화합과 치유를 위해 기도하며 선지자적 사명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대한민국의 무너진 법치와 민주주의가 회복되도록 기도해야 한다. 성경은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마 5:9)라는 말씀을 통해 기독교인들에게 화평케 하는 사명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 나라의 화합과 치유를 위해 기도하고 또 기도해야 한다.

또한 기독교계는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지게 된 책임과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고, 그에 합당한 조치들이 내려지도록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그러한 과정 가운데서 거짓과 진실을 온전히 분별하고,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내부 갈등도 지양해야 한다. 이런 사안들이 있을 때마다 기독교계도 이념 대립으로 인해 심한 내홍을 겪는 일이 많다. 서로 충분히 대화하고 입장을 확인하기도 전에 공개적으로 비난을 주고받으며 “누워서 침 뱉기”를 하기도 한다. 사회 혼란이 극에 달하고 있고, 그에 따라 교회의 역할 또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교회는 국가적 위기 때마다 기도의 불을 밝혔다. 이번에도 역시 기도함으로 위기의 정국을 돌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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